與, 여성공천 확정된 서초·용산·종로 男 후보들 울상
당 지침이라 크게 반발도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만
- 고유선 기자
(서울=뉴스1) 고유선 기자 =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용산구청장으로 출마하려던 새누리당 소속 A씨는 1일 뉴스1 기자의 전화를 받자마자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 종로, 용산, 서초구청장 후보 자리에 여성을 우선 공천하겠다는 새누리당의 발표가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는 "어떤 여성분을 공천할 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건 민주주의에서 있을 수가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을 위해서 지난 겨울, 마이크들고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목청을 높였던 '1등 공신'인 내게 (당이) 이렇게 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당의 지침이 발표된 이후 남성 구청장 예비후보들과 만나 의견을 나눴다. 그는 "다들 사법대응에 나서야 한다, 같이 버스라도 대절해서 시위를 하자는 등등 여러가지 격앙된 얘기들이 많았다"면서도 "현실적인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황우여 대표실이나, 김재원 공천위원회 부위원장측에 우리의 입장을 여러 경로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구청장 후보로 나갈 것으로 예상됐던 새누리당 소속 서울시의원 B씨도 새누리당의 여성 우선공천 방침에 뜻을 접었다.
B씨는 씁쓸한 표정으로 "(출마에 대한) 고민이고 뭐고 할 것도 없이 자동으로 (뜻을) 접게 됐다"며 "구청장 선거에 출마하는 대신 시의원 선거에 다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용산, 종로, 서초구청장 선거에 나서려고 했던 새누리당 소속 남성 후보들은 '벙어리 냉가슴 앓듯' 큰 소리도 못내고 마음만 썩히고 있다. 이제와 중앙당의 결정을 바꾸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반발하는 모습 자체만으로도 여성의 정치 참여라는 명분을 거스르는 후보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용산 지역의 한 정치인은 "내 주변에도 여성공천 결정으로 두 분이나 뜻을 접었다. 같은 정치인 입장으로서 수 년 간을 준비한 분들이 구민들의 평가 한 번 받아보지 못하고 물러나야 한다는 게 안타깝다"며 "아직 (여성이 아닌 남성을 공천할 수 도 있다는) 기대를 버리지 못한 분들도 있어 더 상처를 받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종로의 공천 관계자 역시 "본인들이 얼마나 속상하겠느냐"라며 "크게 반발이 있거나 그렇진 않지만 '내 능력으로도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나오시려고 했던 분들을 다독이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공천을 받지 못하더라도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에는 얼마든지 승부를 걸어볼 수 있지만 그러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이 될 경우에는 이후에라도 복당의 기회를 얻어 지역 당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지만 낙선할 경우에는 '배신자'라는 낙인을 지우기가 쉽지 않아 차기 선거 준비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탓이다.
남성 후보들의 안타까움에 후보로 나선 여성 후보들은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여성 우선공천으로 경선 기회라도 받은 자신들과는 달리 남성 후보들은 이조차도 얻지 못했기 때문에 말 한 마디만 잘못하더라도 남성 후보자들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 우선공천 지역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한 여성의원은 남성 후보들의 상황에 대해 "무슨 말씀을 드릴 수 있겠나"라며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서울 내 여성 우선공천 지역 중 여성 후보들이 가장 많이 등록한 지역은 종로다. 종로는 이숙연·최경애 종로구의원과 김성은 전 종로구의원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용산은 새누리당 여성 예비후보가 한 명도 등록을 하지 않았으며 서초는 조은희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k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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