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사 공격 호랑이…''좁은 여우우리에 반년 갇혀있었다"

(과천=뉴스1) 장은지 기자 = 24일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 임시 사육장에서 시베리아 호랑이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날 오전 시베리아 호랑이가 관리자 통로까지 나와 사진 왼쪽 통로까지 진입, 사육사의 목 부위를 무는 사고가 발생해 사고를 당한 사육사 심모씨(52)는 한림대 평촌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관계자와 관람객 등 추가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서울대공원 측은 사육사가 먹이를 준뒤 문을 제대로 잠그지 않아 이같은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2013.11.24/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figure>비가 세차게 쏟아진 25일 오전 과천 서울대공원은 관람객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적막했다.

전날 오전 수컷 시베리아 호랑이가 사육사의 목을 무는 사고가 발생한 동물원 내부는 더욱 조용했다. 우산을 쓴 등산객만이 가끔씩 모습을 드러냈다.

전날 오전 10시 10분께 사육사 심모씨(52)가 사고를 당한 호랑이 임시 전시실(여우사)은 비어 있었다. 철문 앞에는 '동물원 사정으로 당분간 전시를 중단한다'는 팻말만 붙어 있었다.

사고 이후에도 호랑이를 전시실에 방치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서울대공원 측은 호랑이를 내실로 옮겼다.

사육사를 공격한 수컷 시베리아 호랑이 '로스토프'는 지난 4월 본래 있던 호랑이사에서 그 절반 크기에 불과한 좁은 '여우사'로 옮겨졌다.

반년 넘게 비좁은 우리에서 관람객들과 만났다. 스트레스가 쌓일 수밖에 없었지만, 대공원 측은 '호랑이게 이상징후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물이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보이는 정형행동에 대해선 '확인해보겠다'는 답만 되풀이했다.

기자가 직접 가본 호랑이 임시 우리는 한 눈에 봐도 비좁았다.

산책 삼아 대공원에 자주 나온다는 인근 주민 조모씨(63)는 "맹수인 호랑이를 저렇게 좁은 여우우리에 가둬놓으니 스트레스로 이상 행동을 하는게 아니냐'며 "동물원이면 동물 특성에 맞게 임시우리를 꾸미고 특별관리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육사 심씨가 호랑이에게 물려 쓰러져있던 관리자 통로는 관람객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 더욱 위험해 보였다. 이 통로의 펜스 높이는 약 147cm에 불과해 호랑이가 뛰쳐나올 수 있는 위험한 상황도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이에 대해 대공원 관계자는 "사고 직후 바로 관람객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사고 이후에도 호랑이가 계속 울고 있었다는 지적에는 "다시 확인해보겠다"고 대답해 사고후 처리와 대응이 매우 부실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한편, 호랑이의 공격을 받고 쓰러진 사육사 심씨를 가장 먼저 발견한 매점 주인은 이날 만날 수 없었다. 호랑이 임시 우리 바로 옆에 위치한 이 매점은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이에 대해 대공원 관계자는 "사고 때문이 아니라 비도 오고 추우니 문을 닫은 것이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그러나 인근 상점 관계자들은 "날씨도 날씨지만 매점주인도 얼마나 놀랐겠느냐"며 "사고 소식이 전해진 이후 동물원 분위기도 흉흉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서울대공원은 이날 오후 2시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뒷북 대책'을 발표해 언론의 질타를 받았다.

안영노 서울대공원장과 노정래 동물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날 사고 경위를 설명하고 추후 안전대책을 발표했다.

안 원장은 "이달 말까지 전 동물사의 출입문 잠금장치와 안전시설 적정여부, 포획장비 비치 및 작동여부에 대해 점검을 완료하겠다"며 "사고발생 동물사의 관리자 출입문과 관리자 동선 펜스를 5m높이로 보강해 추가 사고발생을 방지하겠다"고 말했다.

안전관리를 위해 맹수 사육 방사장 마다 CCTV와 잠금장치 개폐시 경고음을 울리는 설비를 갖추고, 사육사 이동시 동선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비상 사태 시 사고를 막기 위한 사육사·관람객의 대피 매뉴얼도 만들기로 했다.

seei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