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수몰사고 책임…시공사 '인정' 서울시 '발뺌'
16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배수지 상수도관 공사 수몰사고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위한 배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13.7.16/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figure>노량진 수몰사고로 7명의 사망·실종자를 낸 가운데 서울시는 사고의 근본원인으로 지목되는 댐 방류량 급증을 위기상황으로 인식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뉴스1 확인결과 서울시는 한강홍수통제소로부터 팔당댐 방류계획을 전달받고도 산하기관이나 공사현장에 통보하지 않았고, 한강이 위험수위에 도달하면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수방계획 지침도 하달하지 않았다.
최근 중부지방 집중호우로 인해 팔당댐 방류는 지난 8일을 시작으로 15일에는 14차례에 걸쳐 초당 방류량이 최고 1만6000t에 달하는 등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팔당댐 방류는 관리기관인 한국수력원자력의 요청에 따라 국토해양부 산하기관인 '한강홍수통제소' 승인으로 이뤄진다. 통제소는 방류승인 때마다 서울시를 비롯해 경찰, 소방당국, 군부대 등에 실시간 통보를 한다.
서울시의 경우 '하천관리과'가 수신처로 돼 있으며 서울시 신청사 지하 3층에 마련된 서울종합방재센터실에서도 24시간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시설이 갖춰져 있다.
그러나 사고 당일 시는 산하기관이나 각 자치구에 방류량 급증 사실을 전달하지 않았다. 오후 늦게 강물이 불면서 경찰 등 타 기관이 도로 침수 예보 등을 내렸지만 서울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다.
한강 수위가 4.5m인 위험수위에 이르자 이날 오후 2시 25분께 산하기관과 각 자치구에 '1단계 비상근무' 관련 공문을 보낸 것이 전부다. 공문에는 한강인근 출입통제나 공사중단 조치 등의 내용은 없었다.
시 관계자는 "공문을 통해 1단계 비상근무 지시를 내렸다"면서도 한강 인근에서 실시하는 공사 중단 조치에 대해선 "그런 내용은 없었다"고 밝혔다. 또 산하기관 비상근무 실제 실시 여부에 관해선 "확인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의 감독관청인 시 상수도사업본부의 경우 이날 오후 4시 7분에 공문을 접수받아 담당자인 이모씨가 확인했다. 이모씨는 그러나 공문 접수 후에도 상급자에 보고하지 않는 등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상급자인 해당부서 이모 과장은 16일 해당 공문을 확인했느냐는 질문에 "확인을 못했다"며 공문 발송 사실 조차 모르고 있었다. 때문에 시 산하기관의 비상근무 체제도 전혀 가동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노량진 수몰사고 책임에 대해 "이번 공사는 감리단이 모든 권한과 책임을 갖는 '책임감리제'로 진행한다"며 "사고 관련 책임은 감리단, 시공사 측에 있지 우리와는 무관하다"고 회피했다.
이번 사고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인재'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지난 2011년 여름 중부지방에 500㎜가 넘는 집중호우로 15명이 숨진 서울 우면산 산사태에 이은 대형사고다.
서울시의 안일한 대응으로 화를 불렀다는 지적은 면하기 어렵게 됐다.
한강홍수통제소 관계자는 "댐 방류나 한강 위험수위를 넘을 때마다 관계기관에 실시간으로 정보가 통보된다"며 "이날 정보를 전달받은 경찰은 도로통제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한편 해당 공사를 맡고 있는 시공사 측은 이번 사고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시공사 측은 16일 현장브리핑을 갖고 "(사고의) 책임은 우리한테 있다"면서 "당시 댐 방류량이 감소하고 강수량도 줄고 있어서 공사 자체가 문제없다고 판단했지만 지금은 잘못된 판단에 대해 깊숙히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사를 수주받은 업체는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이지만 발주처인 서울시는 책임회피성 발언을 쏟아내면서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사고는 15일 오후 노량진 상수도관 공사현장에 갑자기 불어난 한강물이 유입되면서 일어났다. 팔당댐 방류량이 급격히 늘어난 탓에 한강물이 평소 수심보다 깊고 수압이 높아져 작업장 터널 차단시설을 파손시킨 것이다.
터널 차단막이 파손된 후 작업장에 유입된 물은 인부들을 덮쳤고 1명 사망, 6명이 실종됐다. 실종된 인부 6명은 모두 지하 터널 안에 있는 것으로 소방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jep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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