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닮은꼴' 청주공항…조류 충돌은 3배 더 많았다
철새 도래지 인접하고 짧은 활주로 등 공통점
"인력·방위각 시설 구조 등 면에서 차이점 있어"
- 박건영 기자
(청주=뉴스1) 박건영 기자 =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승객과 승무원 179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무안국제공항은 청주국제공항과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다.
청주공항은 무안공항과 마찬가지로 철새 도래지인 미호강과 무심천에 인접한 곳에 위치해 있다.
환경부의 철새 총조사에 따르면 올겨울 미호강과 무심천에는 각각 24종 3553마리, 13종 631마리의 철새가 관찰됐다.
이 때문에 두 공항은 철새 도래지와 인접한 대부분의 공항과 마찬가지로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의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특히나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조류 충돌에 따른 기체 고장이 추정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만큼, 청주공항에서도 조류 충돌로 인한 사고 가능성을 더욱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실제 지난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청주공항에는 33건, 무안공항엔 10건의 조류 충돌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월 24일에는 청주공항을 출발해 대만 타이베이로 갈 예정이던 여객기가 이륙 과정에서 새와 부딪히면서 긴급 회항했고, 이보다 앞선 2022년 1월에는 청주공항을 이륙한 스텔스전투기 F-35A가 독수리와 충돌한 뒤 활주로에 비상 착륙한 적도 있었다.
또 두 공항 모두 다른 공항보다 비교적 짧은 활주로를 지니고 있으며, 활주로 끝에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가 설치돼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무안공항과 청주공항의 활주로는 각각 2800m, 2744m로 인천국제공항(3700m), 김포국제공항(3600m), 김해국제공항(3200m), 제주국제공항(3180m)보다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다.
이런 이유로 무안공항과 닮은 꼴인 청주공항에서도 유사 사고 발생 시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두 공항의 공통점 이면에 차이점도 분명하기 때문에 사고 대처 방안을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다.
우선 무안공항과 청주공항은 민항 전용과 민·군 복합 공항이라는 큰 차이점이 있다.
무안공항의 경우 조류 충돌예방 전담 인원이 4명뿐인데, 청주공항은 조류 충돌예방 전담 인원 8명에 더해 공군의 조류퇴치반이 따로 존재한다. 소방인력과 대기·지원 인력도 마찬가지다.
공군과 활주로를 함께 사용하는 민항으로서는 예측불가능한 사고에 대응할 수 있는 인력이 비교적 더 많은 것이다.
또 국토교통부는 방위각 시설에 대해서도 두 공항의 차이점이 크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무안공항은 아래로 경사진 탓에 수평을 맞추기 위해 2~3m 높이의 둔덕이 있었다"며 "반면 청주공항은 활주로 종단 너머 공간까지 전부 수평이어서 기초구조물이 지반보다 7.5cm 이상 높지 않고 부러지기 쉬운 구조로 돼 있다" 말했다.
그러나 청주공항에서 매년 적지 않은 조류충돌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데다 활주로 길이가 무안공항보다도 짧기 때문에 전체적인 실태점검과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원태 청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무안 공항의 활주로가 길었다고 한다면 지금보다 피해가 감소했을 수도 있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무안공항보다 청주공항의 짧은 활주 문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pupuman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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