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 실종' 세종시-의회 강대 강 대치…극적 타결 여부 갈림길
시 내년도 예산 수정안 부동의 갈등 예결위서 조율중
이현정 예결위원장 "내일 집행부와 협의…회의 일정 잡을 것"
- 장동열 기자
(세종=뉴스1) 장동열 기자 = 세종시가 내년도 예산 수정안을 부동의하면서 촉발된 시-시의회 갈등이 파국이냐 극적 봉합이냐의 중대 갈림길에 섰다.
집행부와 의회가 벼랑 끝 협상을 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이렇다할 처방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18일 세종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이날 오전 2025년도 세종시 기금 운용 계획안 재심사 일정을 논의했으나 회의 날짜를 잡지 못했다.
이들은 오는 19일 집행부와 의견 조율을 한 뒤 재심사 일정을 잡기로 했다. 내년도 예산안 재심사는 지난 16일 세종시가 의회의 예산안 증액 심사에 대해 모두 '부동의'해 다시 열리는 것이다.
당시 최민호 시장은 "의회의 수정안에는 집행부가 동의하지 않은 증액 부분과 새로운 비목(비용 항목)이 반영돼 있어 받아들일 수 없다"며 "모두 부동의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체장의 동의 없이 의회에서 증액하는 사업에 대해서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의 발언에 의회 본회의장엔 잠시 정적이 흘렀다. 집행부 수장과 시의회가 정면충돌하는 순간이었다.
의회의 예산 증액 사업을 단체장이 '부동의'란 극약 처방전을 내놓은 건 극히 이례적이다. 2012년 세종시 출범 이후 첫 사례다.
이런 시와 시의회의 갈등은 2022년 여소야대 의회가 구성되면서 조금씩 누적됐다. 그러다 지난 9월 최 시장의 핵심 사업인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관련 예산을 민주당 의원들의 주도로 삭감한 뒤 폭발했다.
이전까지 견제구를 날리는 수준이었다면 이때부터 난타전 양상으로 바뀐 것이다. 결국 최 시장은 지난 10월 6일 시청 앞 광장에 텐트를 치고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단식장을 찾은 일부 인사들이 집행부의 예산 편성권 침해라며 최 시장을 두둔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시의회는) 예산 심의권이 있고 편성권은 여기(세종시)서 가지고 있는데 그럼 예산 편성권을 변종하는 것"이라며 "의회가 자기들 본분을 다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단식 농성 이후 세종시 내부에선 여소야대 상황에서 최후 카드는 '부동의'라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이런 분위기에서 시장이 부동의 의견을 밝히면서 '설마' 했던 시나리오가 현실화한 것이다.
이처럼 양측의 정쟁이 끝없는 평행선을 달리면서 '정치 실종' 비판이 제기된다. 한발씩 양보하고, 기본적인 협치만 가동되면 얼마든지 내부에서 풀 수 있는 사안을 시장과 민주당이 소모적인 네 탓 공방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 기한은 오는 31일까지다. 이때까지 양측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186억 원 삭감된 예산안이 처리된다.
이현정 예결위원장은 "오늘(18일) 예결위원들과 집행부가 만나 협의할 예정이었으나 충청광역연합 출범 행사로 하루 미뤄졌다"면서 "내일 집행부와 다시 만나 의견을 들어본 뒤 예결위 전체회의 일정을 잡기로 했다"고 전했다.
극적 타결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는 "집행부에서 어떤 말을 하는지 들어본 뒤 예결위원들이 결정할 것"이라고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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