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 위에 바람길 숲' 충주 사직산 벌거숭이산 된 이유
도시 바람길 숲 사업 문화재 발굴조사로 중단
시민 "수난 안타까워…시민 말 좀 들었으면"
- 윤원진 기자
(충주=뉴스1) 윤원진 기자 = 충북 충주의 영산 사직산이 수개월간 벌거숭이 상태로 방치돼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충주시에 따르면 지난 8월 시작한 사직산 도시 바람길 숲 조성 사업이 문화재 발굴 조사로 중단됐다.
이런 이유로 사직산은 산등성이 절반 정도가 나무가 베어진 채 수개월째 방치된 상태다.
이곳은 애초 2010년쯤 호암2체육관 공사 당시 충주 토성이 있던 장소라는 게 드러났다.
그런데 담당 부서 간 정보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공사를 시작한 뒤 문화재 표본조사에 착수했다.
사직산의 수난은 2018년 3월로 거슬러 오른다. 충주시는 식목일 행사를 연다며 사직산에 있던 나무 1200여 그루를 베어냈다.
당시 7~8년생 왕벚나무 500그루 정도를 심었다가, 지역 사회단체가 사직산에 자생하는 나무를 벌목하고 벚나무를 심었다며 철거를 요구하기도 했다.
사직산 벚나무는 심은 지 석 달 뒤인 2018년 6월 나무 전체의 1/4 정도가 나뭇잎이 누렇게 말라 죽는 현상도 발생했다.
왕벚나무가 안착이 된 2024년 충주시는 갑자기 사직산에 바람길 숲을 조성한다며 왕벚나무를 100그루 이상 뽑아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그대로 뒀다면 아무 일도 없었을 사직산이 몇 년 새 잘못된 행정으로 수난당하는 모습이 안타깝다"며 "제발 시민 말 좀 듣고 사업을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부서간 정보 공유가 안 돼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내년에 문화재 발굴 조사를 마치는대로 바람길 숲 조성을 마무리하겠다"고 설명했다.
충주시는 2017년 12월에도 시민 의견 수렴 없이 교통안전을 위한다며 충주IC 인근 도로변에 있는 45년 된 플라타너스 57그루를 잘라내기도 했다. 당시 시민 원성이 자자했다.
사직산은 국태민안을 기원하기 위해 천지신에 제사를 지내던 제단이 있던 곳이다. 우리나라는 지역에서 가장 신성시하는 곳에 사직단을 세웠다.
blueseeki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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