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 위에 바람길 숲' 충주 사직산 벌거숭이산 된 이유

도시 바람길 숲 사업 문화재 발굴조사로 중단
시민 "수난 안타까워…시민 말 좀 들었으면"

충북 충주의 영산 사직산이 수개월간 벌거숭이 상태로 방치돼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2024.12.18/뉴스1

(충주=뉴스1) 윤원진 기자 = 충북 충주의 영산 사직산이 수개월간 벌거숭이 상태로 방치돼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충주시에 따르면 지난 8월 시작한 사직산 도시 바람길 숲 조성 사업이 문화재 발굴 조사로 중단됐다.

이런 이유로 사직산은 산등성이 절반 정도가 나무가 베어진 채 수개월째 방치된 상태다.

이곳은 애초 2010년쯤 호암2체육관 공사 당시 충주 토성이 있던 장소라는 게 드러났다.

그런데 담당 부서 간 정보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공사를 시작한 뒤 문화재 표본조사에 착수했다.

사직산의 수난은 2018년 3월로 거슬러 오른다. 충주시는 식목일 행사를 연다며 사직산에 있던 나무 1200여 그루를 베어냈다.

당시 7~8년생 왕벚나무 500그루 정도를 심었다가, 지역 사회단체가 사직산에 자생하는 나무를 벌목하고 벚나무를 심었다며 철거를 요구하기도 했다.

사직산 벚나무는 심은 지 석 달 뒤인 2018년 6월 나무 전체의 1/4 정도가 나뭇잎이 누렇게 말라 죽는 현상도 발생했다.

왕벚나무가 안착이 된 2024년 충주시는 갑자기 사직산에 바람길 숲을 조성한다며 왕벚나무를 100그루 이상 뽑아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그대로 뒀다면 아무 일도 없었을 사직산이 몇 년 새 잘못된 행정으로 수난당하는 모습이 안타깝다"며 "제발 시민 말 좀 듣고 사업을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부서간 정보 공유가 안 돼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내년에 문화재 발굴 조사를 마치는대로 바람길 숲 조성을 마무리하겠다"고 설명했다.

충주시는 2017년 12월에도 시민 의견 수렴 없이 교통안전을 위한다며 충주IC 인근 도로변에 있는 45년 된 플라타너스 57그루를 잘라내기도 했다. 당시 시민 원성이 자자했다.

사직산은 국태민안을 기원하기 위해 천지신에 제사를 지내던 제단이 있던 곳이다. 우리나라는 지역에서 가장 신성시하는 곳에 사직단을 세웠다.

나무가 뽑힌 상태로 방치되고 있는 충주 사직산 풍경.2024.12.18/뉴스1

blueseeki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