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지사 30억 사채 '선례' 남나…감사관실 "이해충돌 적용 못해"

경찰 조사 과정서 돈 출처 직무관련자 인정
감사관실 "민간분야 조사권한 없고, 법도 그렇다"

충북도청

(청주=뉴스1) 박재원 기자 = 충북도 공직사회에서 김영환 지사의 30억 원 사채 논란이 이해충돌 방지법을 피해가는 '도지사 선례'로 남을 전망이다.

김 지사는 최근 경찰 조사에서 돈을 A 씨로부터 빌렸다고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역 시민단체는 금전거래 성격을 밝혀 달라며 청주에 있는 B 사로부터 지난해 10월 30억 원을 빌린 김 지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그동안 폐기물처리업으로 부를 축적한 A 씨는 지역서 '폐기물 회장님'으로 불릴 정도의 재력가다. A 씨가 직접 지사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고 본인이 실질적 소유주인 B 사를 통해 우회한 것에는 그러할 만한 이유가 있다.

A 씨는 가족과 지분 98%를 보유한 또 다른 업체를 소유하고 있다. 이 업체는 충북경제자유구역청에서 추진하는 오송2산업단지 폐기물처리시설(매립장) 건립을 시행하면서 애초 매립 용량(22만 5000㎥)을 증설하는 개발계획 변경을 시도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매립장 규모를 1만㎡ 증설해도 매출은 수십억 원 단위로 늘어날 수 있다고 추정한다.

도 산하기관인 경자청의 인사권자이자 업무를 보고받고 지시하는 김 지사와 경자청으로부터 매립장 증설 허가를 받으려는 A 씨 사이에는 직무연관성이 생성된다. 그래서 김 지사-A 씨 간 직거래가 아닌 B 사를 중간에 걸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해 논란이 불거질 당시 A 씨를 전혀 모른다고 해명한 김 지사는 경찰에서는 자금 출처를 A 씨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이해충돌 방지법을 다시 살펴봐야 할 근거가 생기게 된다.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에서 직무관련자 간 금전을 빌리거나 빌려주는 행위를 했을 때 14일 이내로 서면으로 신고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300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한다.

김 지사는 돈을 빌릴 당시 이를 신고하지 않았고 2개월 뒤 사채 논란이 불거지자 "직무관련성이 없고, 이해충돌 방지법을 몰랐다"면서 뒤늦게 신고했다. 감사관실 역시 외형적으로 돈을 빌려준 B 사와 김 지사 간 직무관련성을 찾을 수 없다며 사채 문제를 내부 종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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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김 지사가 직무연관성이 있는 A 씨의 돈을 빌렸다고 인정한 현재는 어떻게 될까. 감사관실에서는 이번에도 직무연관성이 없어 이행출동 방지법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감사관실 관계자는 "지사가 '직무관련자와의 거래 신고'를 한 업체를 대상으로만 도청 각 부서의 계약이나 인허가 관계를 조사하게 돼 있다"라며 "이 회사가 페이퍼컴퍼니인지, 실소유주가 누구인지는 민간 분야이기에 조사할 권한이 없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설사 돈의 출처를 알았더라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 없다. 이해충돌방지법이 그러하다"라고 했다.

이를 종합하면 직무관련자와 금전 거래를 할 때 '직접'이 아닌 '간접' 거래를 하면 이해충돌 방지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도에서 인허가 절차를 밟는 특정 업체의 사장이 운영하는 다른 업체를 통해 도청 담당부서 공무원이 금전 거래를 해도 이해충돌 신고 의무가 아닐뿐더러 감사관실에서도 조사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도청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이를 '도지사 선례'로 평한다. 도의 한 공무원은 "직무관련자와 금전 거래도 몇 번을 우회하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것 아니냐"라며 "지사뿐만 아니라 공무원들에게도 같은 잣대를 적용할지 지켜보고 싶다"고 했다.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이해충돌 방지법이 자칫 김영환 지사 선례를 가지고 악용될 가능성도 있어 손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ppjjww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