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님 감사합니다" 불송치했던 경관 증인 세워 인사한 피고인
2년 전 동생 폭행살해 혐의…초기 수사팀장 "당시 꼼꼼히 못살펴 후회"
- 박건영 기자
(청주=뉴스1) 박건영 기자 = "형사님 감사합니다."
2년 전 동생을 무참히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63)가 법정에서 자신을 수사했던 형사에게 고개를 숙이며 이같이 말했다.
어떤 이유로 피고인이 경찰관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게 된 것일까.
검찰과 A 씨의 변호인은 14일 청주지법 형사22부(오상용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A 씨의 상해치사 결심공판에서 이 사건 초기 수사팀장 B 경감을 상대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B 경감은 2022년 6월3일 청주의 한 주택에서 A 씨가 동생을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의 초동 수사를 맡은 수사팀의 팀장이었다.
해당 수사팀은 당시 '타살이 의심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에도 주민 탐문과 CCTV 확보 등을 소홀히한 채 증거불충분으로 1년 만에 불송치 결정해 '부실 수사' 의혹을 받았다.
A 씨는 이후 검찰의 재수사 지시를 받은 다른 수사팀에 의해 지난 7월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지만, 무죄를 주장하기 위해 자신에게 면죄부를 줬던 수사팀의 팀장 B 경감을 증인으로 내세웠다.
A 씨 측 변호인은 이날 B 경감을 상대로 초기에 A 씨를 불송치 결정한 이유와 주변 이웃들을 탐문하지 않은 경위 등을 질의했다.
이같은 질문에 B 경감은 "당시 꼼꼼히 살펴보지 못했던 것에 대해 후회하고 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이후 A 씨는 증인 신문을 마친 뒤 법정 밖으로 빠져 나가는 B 경감을 향해 "팀장님 감사합니다"라며 피고인석에 앉은 채 고개를 숙였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A 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A 씨 측 변호인은 최후 변론을 통해 "동생이 자해해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감정 결과가 있다"며 "당시 목격자들의 증언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유죄가 합리적인 의심없이 증명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앞서 A 씨는 2022년 6월 3일 청주시 서원구 사직동의 한 단독주택에서 술에 취한 채 동생을 마구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은 수사 초기 주변 탐문 등 적극적인 수사를 하지 않고 친동생이 자해해 스스로 숨진 것으로 보고 사건을 종결했다.
그러나 교체된 수사팀과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목격자를 찾아내 2년 만에 사건의 실체를 밝혀내고 A 씨를 구속 기소했다.
충북경찰청은 B 경감과 당시 수사를 맡은 C 경장에게 각각 감봉 3개월과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렸다.
pupuman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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