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이더 투수의 변신'…'축산업계 애플' 되고 싶다는 배수형 대표

[인터뷰] '한우 판매 플랫폼 아이고기 개발' 어니스트초이스
소비자가 선택한 한우 부위 그대로 배송…국무총리상

배수형 어니스트초이스 대표/뉴스1

(음성=뉴스1) 윤원진 기자 = "소비자가 좋은 한우를 직접 선택하고,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다."

배수형 어니스트초이스 대표이사는 한우 판매 플랫폼 개발로 지난달 28일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한때 '슬라이더가 주 무기' 투수였던 그를 만나 신선육 유통 플랫폼을 직접 만들기까지 과정을 들어봤다.

-한우 판매 플랫폼 '아이고기(igogi)'로 총리 표창을 받았다.

▷플랫폼을 개발하기까지 3년 이상 걸렸다. 우리는 전형적인 슬로 스타터다. 아직 다듬을 게 많다. '아이고기'는 내가 선택한 한우 고기를 그대로 집으로 배송받을 수 있는 플랫폼이다. 한우 등심을 잘라 그릇에 담으면 인공지능(AI)이 꽃등심, 윗등심 등 포함도를 자동으로 분석해 가격을 매기는 방식이다. 소비자는 실물 사진을 보고 내가 받을 고기 상태를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 대표 이미지만 보고 한우를 샀다가 배송받은 고기가 실제와 달라 실망하는 문제를 해결한 게 상을 받은 이유다.

-가격도 다른 한우보다 저렴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실 어니스트초이스는 한우 전문 그룹 안심LPC의 유통 자회사다. 안심LPC가 생산하는 한우를 받아 발골과 정형을 거쳐 포장까지 원스톱 콜드 체인을 구현했다. 플랫폼 개발도 자체 인력이다. 가공부터 유통, 플랫폼 개발까지 우리 회사가 모두 맡고 있으니, 판매가를 낮출 수 있었다. 일반 판매가의 20~25% 정도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소비자 반응이 궁금하다.

▷지난해 한 대기업과 시범 판매를 했는데 완판하는 성과를 냈다. 처음에 반신반의하던 고객들이 고기를 받아본 뒤 "내가 본 게 실제 왔다", "고기 너무 좋다", "놀랍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음성 도축장에서 당일 받은 소를 판매해 신선도도 좋다는 평가가 나왔다. 일단 비싼 한우고기를 믿고 살 수 있다는 사실에 반가워하는 소비자도 많았다.

아이고기 플랫폼 설명 영상 캡처.(어니스트초이스 제공)/뉴스1

-원래 IT 분야에 관심이 많았나?

▷20대에 현대전자 피닉스에서 투수 생활을 3년 정도 하다가 정육 사업에 뛰어들었다. 직접 고기를 도축하고, 판매하며 한우 유통 시스템을 익혔다. 아이폰이 국내에 처음 출시했을 때 감동은 잊을 수 없다. 기능을 익히느라 며칠 밤을 새운 거 같다. 축산 유통에도 혁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줄곧 해 왔다. 새로운 것을 선보이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고, 고기 판매의 패러다임을 바꿔 보고 싶었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올해 초에는 한우에 이어 삼겹살도 선보여 반응이 뜨겁다. 기술적 부분을 보완해 농수산물까지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게 목표다. 내년 하반기쯤에는 축산업종 최초로 상장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소도 300마리 정도 키우고 있다. 앞으로 수만 마리까지 키워 한우를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소비자가 좋은 한우를 믿고 쉽고 편리하게 살 수 있게 혁신하겠다.

-이쯤 되면 축산업계의 '애플'로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다. 경영 철학은?

▷상투적인 거 싫어하고, 직관적 표현을 좋아한다. 직장 문화도 효율성에 맞춰 운영한다. 직무발명 제도를 도입해 사업상 특허나 디자인을 등록한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준다. 지역 대학과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3개월에 한 번씩 취업설명회도 열어 청년 일자리도 창출하고 있다. 무엇보다 직원들과 뜻이 같아 감사하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에 젊음을 갈아 넣는 젊은 직원들의 모습이 자랑스럽다. 나중에 은퇴해도 회사가 오래갔으면 한다.

아이고기 플랫폼의 인공지능 한우 등심 분석 시스템.(어니스트초이스 제공)/뉴스1

blueseeki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