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사러 20㎞ 원정, 라면으로 끼니"…'식품사막'에 속타는 농촌

옥천군의회 문제점 제기…군, 용역 발주 등 대책 찾기
농촌 공동화·영양 불균형 등 악순환…농촌 새 문제 대두

주말토요장터를 찾은 어르신들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스1 ⓒ News1

(옥천=뉴스1) 장인수 기자 = "기본적인 식품, 고기와 우유 등을 사려면 20여 ㎞를 나가야 합니다. 가까이 (마트가) 있으면 바로바로 사다가 하는데 멀어서…"

충북 옥천군 군북면 대청호 연안마을에 거주하는 김정님 할머니(86)의 볼멘소리다.

농촌지역이 저출산과 수도권·도시 집중화 심화로 '식품사막'(Food Desert) 현상이 깊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12일 밝힌 '2020년 농림어업총조사'를 보면, 옥천 등 전국 행정리 3만7563개 중 2만7609개(73.5%)는 식료품 소매점이 없다.

식품사막 현상 심화는 귀농·귀촌 기피→농촌 공동화→주민 영양 불균형 등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옥천군 청성면의 한 마을 주민 최모 씨(79)는 "군에서 운영하는 '다람쥐택시'(버스가 다니지 않는 마을 주민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제공하는 공공 택시 서비스)를 타고 10㎞가량 떨어진 청산면 소재지에서 마트에서 장을 보곤 한다"고 했다.

이어 "장을 보기 어려워 반찬은 주로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장아찌나 젓갈"이라며 "라면과 국수로 한 끼를 해결하는 경우가 늘어 건강 걱정이 많이 든다"고 덧붙였다.

학계 전문가들이 정부나 자치단체에서 식품사막 현상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을 하는 이유다.

옥천군의회는 지난 8월 지역의 식품 사막화 해결을 위해 주민간담회를 열었다. 옥천군의회 김외식 의원의 식품사막화 5분 발언을 계기로 만들어진 자리였다.

옥천군의회는 간담회에서 식품사막에 처한 지역민의 목소리를 듣고 '로컬푸드매장 활용' 등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그러나 현재 생필품 배달 방법과 재원 확보 등의 어려움으로 복지 서비스 제공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식품사막 현상 대응 차원에서 '생필품 배달서비스 편의 제공' 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라며 “이른 시일 내 합리적인 방안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식품사막'은 식재료 등 식료품을 구하기 힘든 지역 또는 사회문제를 일컫는 말로 1990년대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처음 쓰였다. 교외화가 진행하면서 식료품점이 따라 이전하자 남은 거주자 중에선 식품 구매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생겼다. 일본에선 거주지에서 500m 이내에 식료품점이 없는 노인 등을 '장보기 약자'로 규정하는데, 그 수는 800만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한다.

jis490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