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연수 한다더니…충북도의회 상임위 단위 해외연수로 '리턴'

기내 음주추태 논란 뒤 연수 형태 변경…1년 만에 원점으로
"임기응변식 대책…땜질 처방 아니라 새로운 변화 찾아야"

충북도의회

(청주=뉴스1) 김용빈 기자 = 기내 음주 추태 의혹으로 해외연수 방식을 전면 개편했던 충북도의회가 다시 상임위원회 단위의 해외연수에 나섰다.

도의회가 마련한 공무국외출장 개선 방안은 임기응변식 대책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충북도의회 등에 따르면 건설환경소방위원회와 행정문화위원회, 정책복지위원회, 산업경제위원회는 9월 말에서 이달 초 사이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지난해 상임위별로 추진했던 해외연수를 정책 테마 연수 형태로 개편한다고 선언한 뒤 1년 만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것이다.

도의회는 지난해 2월 해외연수 과정에서 도의원 음주 추태 의혹이 일자 나머지 상임위 해외연수를 전면 취소했다.

그리고 4개월 뒤 공무국외출장을 정책 테마 연수 형태로 개편해 재추진했다. 자신이 속한 상임위원회와 관계없이 테마를 정해 참가 신청을 받는 형태였다.

자숙을 선언한 지 불과 4개월 만에 해외연수를 재추진하자 '해외연수를 가기 위해 누군가 시켜 억지로 낸 보여주기식 반성문과 같다'는 비판이 나왔다.

도의원들은 '저출생 대응'과 '지방자치 혁신' 두 가지 테마로 나눠 그해 12월 핀란드와 스웨덴, 덴마크, 독일, 이탈리아 등을 다녀왔다.

도의회는 연수 개편 선언 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상임위별 해외연수에 나섰다.

건설소방위원회는 소속 의원 7명과 직원 3명은 지난 9월 말 10일 간의 일정으로 미국 뉴욕과 워싱턴D.C., 메사추세츠주 등 3개 지역을 방문했다.

어느 상임위에도 속하지 않은 이양섭 도의장은 총괄 지휘를 하겠다며 함께 출장길에 올랐다.

이들은 뉴욕 지역개발 프로젝트 현장 견학을 위해 허드슨야드 하이라인파크와 하버드·MIT 대학 등을 찾았다. 재난대비의 중요성과 안전도시 건설의 교훈을 얻겠다며 911테러 현장인 911 메모리얼파크 원월드트레이드센터를 방문했다.

행정문화위원회는 5박 7일 일정으로 충북도 관광산업 활성화와 지방의회 역할 탐구를 목적으로 호주를 찾았다. 이들은 블루마운틴과 주립도서관, 올림픽파크, 시드니의회, 국회의사당을 둘러봤다.

정책복지위원회는 고려인의 충북 이주와 지원 정책을 탐구하겠다며 중앙아시아 주요 3국을 방문했다. 고려인협회와 언론사, 한인회 등을 찾아 의견을 청취했다.

산업경제위원회는 반도체와 IT/ICT 분야 선진 우수사례를 비교분석을 위해 대만과 홍콩을 찾았다. 대만 TSMC 박물관과 홍콩과학단지 등에서 선진사례를 벤치마킹했다.

상임위별 해외연수 예산은 의원 1인당 420만 원에서 830만 원 사이다. 490만 원까지 도의회, 초과분은 본인이 부담했다.

교육위원회는 오는 12월 해외연수를 계획하고 있다.

대변인인 조성태 의원은 "상임위별 여러 현안을 묶어 테마를 정하다 보니 현장에서 학습할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했다"며 "상임위원회별 해외연수가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있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역시나 임기응변식 대안에 불과했다는 것을 도의회 스스로 인정한 꼴이라고 지적한다.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지난해 도의회는 충분한 반성을 했다기에는 이른 시점에 해외연수를 재추진했다"며 "해외연수를 가기 위해 형식만 바꿔 급조한 대책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올해 결국은 이전과 다르지 않은 연수를 진행해 임기응변식 대책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며 "해외연수가 꼭 필요한지 회의가 든다. 땜질 처방이 아니라 새로운 변화를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vin0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