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작가 육성' 좋지만…하루 매출 20만원에 운영비 '수억'
청주시·재단, 지난해 하반기에만 운영비 1억6천 지급
이상조 의원 "안 팔아도 그만, 청년작가 도움 안 돼"
- 박재원 기자
(청주=뉴스1) 박재원 기자 = 충북 청주시의 '청년문화상점 굿쥬' 문화도시사업이 지역 청년작가보단 상점을 관리하는 중간 업체의 배만 불려준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과 공동으로 추진하는 굿쥬는 상품·소품을 뜻하는 'goods'(굿즈)에 충청도 사투리 '유'를 접목해 지은 지역 문화상품이다. 청년문화상점은 지역 청년작가가 청주의 특성을 담아 만든 장신구 등 굿쥬를 모아 판매하는 곳이다.
온라인 판매로 시작해 2021년 흥덕구 가경동 시외버스터미널 주변에 오프라인 매장을 개설한 뒤 지난해 11월 30일에는 상당구 남문로 철당간 인근 3층짜리 건물 1층에 2호점을 개장했다.
시는 외지 방문객 취향까지 저격하면서 매장을 확장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으나 실상은 달랐다. 판매실적은 바닥을 치고, 상점 운영에 시민 세금 수억 원이 매년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의회 이상조 의원이 문화산업진흥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1호점 매출은 2023년 4900만 원에서 올해 1~9월 1400만 원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말 개장한 2호점은 12월 한 달간 278만 원어치를 팔았고, 올해 매출은 6100만 원이다.
2호점이 입점한 곳은 시가 성안길 도시재생 정부 공모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 8월 매입한 3층 건물(건축물 전체 면적 1373㎥)이다. 시에 매각하기 전 이 건물 임대료는 보증금 20억 원에 월 8000만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에 들어선 청년문화상점의 올해 월 평균 매출은 670만 원, 하루 평균으로 따지면 22만 원 정도다. 임대료 월 8000만 원짜리 상점을 무상 사용하면서 하루 매출은 고작 수십 만 원에 불과한 것이다.
경제적 관점으로만 봤을 땐 당장 중단해야하는 사업이라는 평가가 맞지만, 지역 청년작가 육성 측면에서는 공익적 투자에 해당한다. 하지만 문제는 상점 운영비다.
문화산업진흥재단은 홍보·마케팅 등을 업으로 하는 지역 A 업체에 청년문화상점 2곳의 관리를 맡겼다. 상점을 운영하면서 지역 작가를 모집해 이들이 만든 상품을 판매하는 일을 한다.
1·2호점 판매직원은 모두 5명으로 이들의 인건비 등으로 매년 수억 원에 달하는 운영비를 A 업체에 지급한다. 문화산업진흥재단은 절차상 운영비 지급규모가 얼마인지 직접 밝히지는 않지만, 이상조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에만 1억 6000만 원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운영비 대부분은 인건비로 사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철당간에 마련한 2호점의 전기료 등 공공요금을 비롯한 필수비용은 모두 문화산업진흥재단에서 내주고 있다.
결국 가만히 있어도 시와 재단에서 인건비와 공공운영비를 내주다 보니 판매실적은 부진하고, 동기 부여도 안 돼 매출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지역 청년작가에게 직접 투자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 의원은 "명분은 지역 작가를 위한다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중간 수탁 업체만 이익인 구조"라며 "매출의 일정 부분을 수익으로 가져가는 동기 부여가 없으니 팔아도 그만, 안 팔아도 그만으로 이는 지역 작가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라고 했다.
이어 "2호점은 오후 3~4시 매장 문을 잠그고 쉬기까지 해 상인회로부터 민원이 들어올 정도였다. 만약 사기업이었으면 당장 문을 닫았을 것"라고 했다.
변광섭 문화산업진흥재단 대표는 "과거 2년 동안 이렇게 운영했고 여기에는 동의하지 않았다"라며 "현재까지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줬다고 판단해 내년부터는 협동조합을 만들어 스스로 운영하도록 더는 지원하지 않겠다"라고 했다.
ppjjww12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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