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참사 허위보고' 관할 소방서장 징역 2년 구형

당시 예방안전과장 징역 1년 6개월 구형…"죄질 악의적"

서정일 전 청주서부소방서장(왼쪽)이 지난해 7월 15일 참사 현장을 찾은 남화영 당시 소방청장(가운데)에게 참사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소방청 제공)/뉴스1

(청주=뉴스1) 박건영 기자 = 지난해 14명이 숨진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 당시 상황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를 받는 관할 소방서장에게 검찰이 징역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14일 청주지법 형사11부(태지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기소된 서정일 전 청주서부소방서장(58)에게 징역 2년, 서모 청주서부소방서 예방안전과장(57)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서 전 서장 등은 참사 당일이었던 지난해 7월15일 소방 대응 1단계를 발령하거나 긴급구조통제단을 가동하지 않았음에도 마치 이러한 조치를 했던 것처럼 상황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해 소방청과 국회의원실 등에 발송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이 참사 이후 국회의원으로부터 시간대별 조치사항에 대한 자료를 요구받자 부실 대응을 했다고 비판받을 것을 우려해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대형 참사 사건에서 공무원들의 허위공문서 작성 범죄는 국가기관의 대응이 완벽했던 것처럼 가짜 뉴스를 퍼뜨려 책임소재를 규명하는 데 큰 지장을 줄 뿐만 아니라 사회적 갈등의 원인이 되는 중대한 범죄"라며 "국가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하는 절차와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쇄신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진실을 은폐하고 책임 축소하려고 한 것이기 때문에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위법성을 명확히 인식했음에도 힘없는 하급자에게 허위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한것으로써 죄질이 악의적"이라며 "또 범행을 인정하겠다는 말과 달리 법정에 이르러 교묘하게 각종 개념을 혼란스럽게 설명하면서 진실을 호도하고 자신의 책임을 축소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서 전 서장 측은 재판에서 보고서를 허위로 기재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집중호우로 인해 참사가 발생하기 전부터 소방서 전 직원이 비상소집돼 근무를 하고 있었고, 이는 대응 1단계 발령 시 동원되는 인원에 준한다는 취지에서다.

서 전 서장 측은 최후 진술에서 "참사 발생 전후로 긴급구조활동을 위해 전 소방력이 동원됐고, 대응 1단계 이상의 소방력을 확보했으니 (대응 1단계)선언을 하지 않아도 큰 문제는 없었을 것이라 판단했다"며 "행정적 착오든지 간에 지휘관으로서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은 부정하지 않겠으나, 앞으로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소방공무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전후 사정을 충분히 헤아려 선처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지난해 7월 미호천교 임시제방이 무너져 범람한 강물이 궁평2지하차도를 집어 삼키면서 14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친 사고다.

검찰은 수사를 통해 이번 사고를 부실한 제방 공사와 관계기관의 안일한 대응에서 비롯된 인재로 규정하고, 이날까지 관련자 42명(법인 2곳 포함)을 재판에 넘겼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재판에 넘겨진 미호천교 확장공사 현장소장과 감리단장은 1심에서 각각 징역 7년6개월, 징역 6년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김영환 충북지사, 이범석 청주시장, 이상래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을 비롯한 최고 책임자들에 대한 중대시민재해 수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pupuman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