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건물 많은데"…충북인평원 성안길 새 사옥 효용성 '글쎄'

주변 유사 매물 대비 편의성·투자가치·규모 등 부실
부동산 업계 "경매 진행됐던 물건 매입 추진 의아해"

성안길 우리문고

(청주=뉴스1) 김용빈 기자 = 충북도 출자출연기관인 충북인재평생교육진흥원이 100억 원을 들여 새사옥을 매입하면서 가격 대비 편의성이나 투자가치, 규모가 다소 부실한 건물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충북도 등에 따르면 인평원은 청주 성안길 내 우리문고 건물을 매입한 뒤 새 청사로 활용할 계획이다.

인평원은 이용객들의 접근성과 충북도청과 업무 연계성을 고려해 성안길 우리문고 건물을 택했다. 매입가는 95억 원 안팎이다. 하지만 100억 원에 가까운 돈을 들여 매입할 가치가 있는 건물인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해당 건물은 주차장을 갖추지 못해 이용객과 임차 예정인들의 편의성이 크게 부족하다. 현 우리문고 건물주가 소유한 주차장을 함께 매입할 예정이긴 하지만 대로를 건너 약 300m를 이동해야 한다.

땅과 건물 면적도 비교적 작다. 청주 주요 상권 중 하나면서 충북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지역이다 보니 말 그대로 가성비가 떨어진다. 문화재보호구역으로 묶여 건물 활용에 제약이 많다는 점도 단점이다.

게다가 택지개발로 도심 상권이 분산 되면서 구도심인 이 지역 상권이 슬럼화 돼 건물 공실률이 크게 늘어 부동산 가치가 점차 하락하는 상황이다.

도시 중심에서 조금 벗어나면 저렴한 가격에 더 나은 조건의 건물을 구할 수 있는데 값비싼 성안길을 고집하는 이유도 명확하지 않다. 꼭 성안길이어야 한다면 조금만 눈을 돌려봐도 우리문고와 비슷한 가격대이지만 더 나은 조건의 매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도청 인근의 한 빌딩은 토지나 건물 전체면적이 우리문고보다 두배 가까이 크다. 지하 주차장과 옥외주차장도 갖췄고 횡단보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도청과 마주보고 있는 형태여서 공간 공유나 연계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또 우리문고 인근에 병의원 등이 입주해 있는 빌딩 역시 땅과 건물 규모부터 부대시설까지 더 나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도 관계자는 "건물을 선택하면서 여러 가지 요건을 고려했다"며 "우리문고가 위치한 철당간 인근은 주변 공간 활용 가치가 높고 향후 도시재생사업으로 공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도심 상업 건물을 매입해 관공서를 이전하려면 편의성이나 투자가치 등을 종합해 결정해야 하는데 도가 매입하려는 건물은 경매가 진행됐던 물건으로 상식적이지 않다"며 "굳이 성안길을 고집한다면 인근 효용성과 투자가치 등이 높은 건물들이 나와 있는데 의아하다"고 밝혔다.

인평원은 우리문고 건물을 95억 원 안팎의 가격에 매입해 새 청사로 활용할 예정이다. 인평원 기금을 활용한 것으로 충북교육청에서 기본재산 변경 허가가 나면 안전진단을 거쳐 매입이 가능해진다.

이 건물은 근저당권자의 요구로 경매에 넘겨진 적이 있다. 경매 시작가는 94억7500만 원, 한 차례 유찰돼 경매가는 75억8000만원까지 떨어졌다. 근저당권자가 타인에게 근저당권을 이전하면서 경매를 취하했다. 최근 우리문고 건물은 세금 체납으로 청주시와 세무서에 압류되기도 했다.

vin0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