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스, 테크노, 테크, 그린시티" 지역 산단도 외래어 잠식 '심각'

충북개발공사 '스마트밸리'까지 가세

청주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조감도.

(청주=뉴스1) 박재원 기자 = 지역 이름을 따 단순하고 구분하기 쉬었던 과거 산업단지 명칭이 '폴리스' '테크노' '밸리' 등 외래어에 밀려 복잡하고 거부감이 든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충북은 1969년 '청주산업단지'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149곳이 국가‧일반‧첨단‧농공 단지 형태의 산업단지로 지정돼 가동 중이거나 조성이 한창이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지역을 대표하는 산업단지는 해당 자치단체 명칭을, 규모가 작은 곳은 읍‧면‧동 이름에서 땄다. 산업단지를 확장할 때는 '제1‧2‧3'을 붙여 '00제1산업단지'로 지었다.

이랬던 산업단지 명칭이 '촌스럽다'는 식으로 무시되면서 의미도 모호한 외래어가 이를 대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청주테크노폴리스'가 꼽힌다. 애초 이 산업단지는 2007년 구상 당시 '청주첨단산업단지'로 계획됐다. 그러다 이듬해 현재의 이름을 갖게 됐다.

기술을 뜻하는 'technology'에서 테크노를 따오고, 고대 그리스의 도시 국가를 의미하는 'polis'를 붙여 테크노폴리스가 됐다. 이를 굳이 해석하면 '기술산업도시'가 된다.

청주테크노폴리스뿐만 '오창테크노폴리스'도 마찬가지다. 폴리스 대신 '밸리'를 붙인 '청주하이테크밸리'(흥덕구 강내면)도 등장했다. 밸리는 실리콘 반도체를 제조하는 업체가 모여 있는 미국 계곡지대 '실리콘 밸리'에서 따온 것으로 엄밀히 따지면 밸리는 지역 산업단지와는 크게 관련성도 없다.

여기에 흥덕구 옥산면 국사리 명칭을 딴 '국사산업단지'는 애초 이름을 버리고 '청주센트럴밸리'로 바꿨다.

청주뿐만 아니라 '충주메가폴리스' '충주비즈코어시티'를 비롯해 농공단지에서 '테크노빌'로 명칭을 바꾼 제천 '강저-고암-금성-양화 테크노빌'도 마찬가지다.

충북개발공사도 산업단지 외래어 작명에 가세할 모양새다. '스마트밸리'라는 명칭을 특허로 등록해 개발공사에서 추진하는 산업단지 이름에 사용한다.

이를 적용해 음성 '인곡산업단지'는 '음성휴먼스마트밸리'로 변경했고, 청주 '북이산업단지'는 '북이그린스마트밸리'로 바꿨다. 국어사전에 있는 그대로를 해석하면 스마트 밸리는 그냥 '똑똑한 계곡'이다.

청원구 정상·정하·정북·오동·사천동 일원에 추진하는 '넥스트폴리스'는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를 '클래식 스마트밸리'로 변경하는 등 앞으로 개발공사에서 추진하는 산업단지는 스마트밸리를 붙인다.

문제는 외래어를 가져다 작명한 산업단지 조성 주체도 의미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산업단지 명칭은 자치단체나 민간사업자, 개발공사에서 짓는 것으로 어떠한 상징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일부에서는 주먹구구식 마구잡이로 외래어를 가져다 붙이는 것보다 주민 또는 기업인을 대상으로 공모해 사용하기 쉬운 이름을 정하는 방법도 제안하고 있다.

지역 한 기업인은 "아파트 이름처럼 요즘은 비슷비슷해 찾기도 어렵고 도통 뭐가 뭔지 모르겠다"라며 "주민 의견을 반영해 부르기 쉽고, 구분도 확실한 이름을 사용한다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했다.

ppjjww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