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말 사대부 생활상 고스란히 담은 간찰집 출간 '눈길'

19세기 안정구 선생 충주 영장 재직 시설 편지글 묶어

조선말 사대부의 시대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편지글이 책으로 묶여 눈길을 끈다.(독자 제공)/뉴스1

(충주=뉴스1) 윤원진 기자 = 조선말 사대부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편지글이 책으로 묶여 눈길을 끈다.

5일 문화계에 따르면 '조선말 사대부 27인의 편지, 우경 안정구 선생 간찰집'을 최근 학자원에서 출간했다.

이 책은 안재식 작가의 중조부인 우경 안정구(1828~1881) 선생이 충주 영장(忠淸道後營將)으로 재직하는 동안 국정에 참여한 인물 27인과 주고받은 32통의 편지를 모아 국역 출간한 간찰집이다.

영장은 군부대를 말하는 말로 충주 영장은 옛 충주세무서 자리에 있었다. 당시 영장은 충주 목장(현재 시장)과 동급이었다.

책은 편지문(초서·행서)을 원형 그대로 스캔해 서체의 예술성을 살린 게 특징이다. 탈초 한자에 한글로 독음을 달아 한문 공부도 도왔다.

간찰집에 등장하는 인물의 프로필을 진솔하게 기록했고, 주석을 상세히 달아 낱말이나 문장의 뜻을 쉽게 풀이했다.

편지글은 시대상을 반영하는 내용들이 눈에 띈다. 민영환이 충주목사 조신희에게 보낸 편지에는 '조카가 내지 못한 세금을 그의 삼촌에게 대신 내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니 바로잡아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흥친왕 이재면은 '왕세자 이척(훗날 순종)이 천연두에 걸렸다가 회복된 소식'을 전하고, 홍문관교리 이태용은 '부친이 병을 겪고 원기가 다해 애태우고 있는데, 도하에 돌림병이 불처럼 일어나 사망자가 속출해 모두 두려워한다'고 썼다.

형조판서 홍재현은 '왕대비를 10여 년간 모시며 명을 전달하던 정 지사가 아랫사람에게 치욕을 당했으니 그 분함을 풀어달라'고 부탁했다. '이웃 마을 임 상서 어른의 집안 사정을 전하며 독촉을 늦추어 체면을 살려달라'는 포도대장 김기석의 청탁도 나온다.

안 작가는 서첩을 토대로 간찰집 간행위원회를 만들어 2019년부터 편찬 작업을 시작해 5년 만에 책을 출간했다.

조선말 정제되지 않은 생활상, 꾸밈없는 감정과 시대 상황, 벼슬아치들의 안부와 청탁, 처세 등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생활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전망이다.

안 작가는 "충주 지역의 도서관과 학교, 단체는 물론, 책을 필요로 하는 개인에게 기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blueseeki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