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세제 들어가" 응급실 뛰어갔는데 '헛걸음'

충북대병원 응급실 야간진료 제한 첫날
충북대병원 "빠른 시일 내에 응급실 정상화할 것"

충북대학교병원이 야간 응급실 진료를 중단한 첫날인 2일 한 보호자가 응급실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2024.10.02./뉴스1 박건영 기자

(청주=뉴스1) 박건영 기자 = "오늘은 더이상 응급실 진료 못 본다고 돌아가라고 하네요."

충북대학교병원이 야간 응급실 진료를 중단한 첫날인 2일 오후 3시쯤 충북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앞.

빨갛게 충혈된 눈을 한 손으로 부여잡고 다급히 응급실 안으로 뛰어들어간 황 모씨(60)가 5분도 채 되지 않아 밖으로 나왔다.

황 씨는 식기세척기 세제를 교체하던 중 세제가 왼쪽 눈에 흘러들어가 응급실을 찾았지만, 응급실에선 이날 진료가 끝나 다른 병원을 찾아가라고 했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간신히 뜬 오른쪽 눈으로 근처 다른 안과 위치를 찾던 그는 "응급실 진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미디어에서나 보는 먼 얘기인 줄 알았는데, 심각성을 오늘 뼈저리게 느꼈다"며 "저는 그래도 상태가 심각하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중증 환자들의 경우에는 정말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심정일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충북대병원이 전문의들의 피로 누적에 따라 이날부터 한 달 간 매주 수요일 마다 오후 2시~다음날 오전 9시까지 응급실 성인 환자 진료를 제한하면서 평소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충북대학교병원이 야간 응급실 진료를 중단한 첫날인 2일 권역응급의료센터 앞 응급차량 주차장이 텅 비어있다.2024.10.02./뉴스1 박건영 기자

진료 제한이 사전에 예고됐던 탓인지 응급실을 오가는 119구급차와 사설 구급차는 1대도 찾아볼 수 없었고, 개인적으로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도 드물었다.

응급실 대기실에는 보호자들이 드문드문 눈에 띄었으나, 오후 2시 이후 응급실로 온 환자를 찾는 보호자들은 없었다.

충북대병원은 응급실 진료는 오후 6시부터 아예 중단되지만, 최대 환자 대기시간이 4시간인 점을 고려해 오후 2시까지만 환자 접수를 받는다. 단 소아 진료와 권역외상센터는 정상 운영한다.

지인 병문안을 왔다는 전 모씨(65)는 병원 곳곳에 붙은 '응급 진료 제한' 안내문을 한참 지켜보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한다.

후배가 이날 아침 이 병원에서 위천공 수술을 받았는데, 하마터면 진료를 받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정말 아찔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전 씨는 "다행히 수술은 잘 받았지만, 몇 시간만 늦었다면 제 후배도 '응급실 뺑뺑이'를 돌았을 수도 있었던 것 아니냐"며 "의정 갈등 사태로 인해 누구 한 명이 아프게 되면 가족과 지인들은 피가 마르는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게 참담하다"고 씁쓸해했다.

충북대병원 측은 빠른 시일 내에 전문의를 채용해 응급실 운영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병원 관계자는 "환자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 전해드리며 응급실 운영 정상화를 위해 신속하게 전문의 인력을 충원하겠다"고 말했다.

pupuman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