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 시장-시의회 '정원도시박람회 예산갈등' 장기화 조짐

자기 논리 내세우며 정면 대립…해결 전망 불투명
최민호 '중대 결심' 시사…야 "정말 한번 해보자는 거냐"

최민호 세종시장(오른쪽)과 임채성 세종시의회 의장. (세종시의회 제공) / 뉴스1

(세종=뉴스1) 장동열 기자 =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예산안 관련 최민호 세종시장과 민주당이 장악한 시의회의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다.

서로 자신의 논리를 내세우며 '네 탓 공방'을 하는 등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어서다.

최 시장은 30일 '세종지방법원, 지방검찰청 설치 확정' 관련 기자회견에서 '중대 결심' 발언을 하는 등 정원도시박람회 예산 삭감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지방법원 설치법 국회 통과에 대한 회견이었지만 정원도시박람회 관련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최 시장은 이 자리에서 "제가 어떻게 해야될지, 어떤 중대한 결심을 해야될지 지금 고민하고 있다"며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그는 "세종시 의회의 특성상(여소야대) 싸워서 될 일이 아니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늘 진정성 있는 태도와 자세를 보이면 그래도 (야당이)이해해 주지 않겠느냐는 태도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취임 이후 그 생각에 변함이 없다. '싸워서 될 일이 아니지 않나' '싸우면 무조건 지는 것 아니겠나' 그러나 막판에 가서도 도저히 안 된다"며 무력감을 토로했다.

민주당과 지역 일각에서 제기된 박람회 연기론과 직설적인 대응의 문제점, 시의회와의 소통 부족, 관련 단체 동원 의회 압박설 등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박람회 연기론은 2026년 4월 예정된 이 행사가 6월 지방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 제기되고 있다.

최 시장은 "그럼 2027년 총선 없나, 2028년 대통령 선거 없나, 2029년 빼고 2030년엔 지방선거가 있다"며 "선거 있을 때 못한다면 언제 해야 되냐"고 반문했다.

소통 부재, 관련 단체 동원 의회 압박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는 '전화를 안 받는데 어떡하나', '도와주시겠다는 데 힘을 합쳐서 도와주십시오라고 하지 여러분이 나서지 말라고 하냐'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최민호 세종시장이 30일 시청 정음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원도시박람회 예산 삭감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News1 장동열 기자

정치적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최 시장은 지난 23일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의사진행발언을 요구하며 시의장, 시의원과 가시 돋친 설전을 벌였다.

앞서 같은달 12일에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시의회의 예산 삭감을 비판하며 공개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시의회의 예산 삭감 뒤 사흘 만에 별도의 수정(예산 보류에 따른 직원 1개월 급여만 삭감) 없이 이들 법안 처리를 위한 임시회를 다시 요청한 것도 같은 비판이 제기됐다.

당시 시청 내부에선 "해도 너무한다. 시장이 얼마나 답답하면 저러겠냐"는 반응이 나왔다. 반면 시의회에선 "정말 한 번 해보자는 거냐"는 불만이 쏟아졌다.

최 시장은 이날 시의회가 지난해 관련 예산을 두 차례 승인한 점을 거론하며 "밥상을 차릴 때까지 내버려 뒀다가 밥을 먹지 말라는 것으로 밖에 안보인다"고 지적했다.

최 시장 저격수로 통하는 김현미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를 굉장한 싸움꾼처럼 보는 시선이 있다"며 "민주주의에서 제대로 된 토론은 미래지향적이다. 다만 권력과 위엄으로 말만 잘하는 건 토론이 아니다"라고 최 시장의 주장을 일축했다.

민주당 한 시의원도 "시장이 일을 하려는 건지 싸우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인다"며 "민주당 의원들의 분위기는 (예산삭감)이전과 다르지 않다"고 전했다.

이처럼 최 시장과 민주당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어느 한쪽이 완전히 백기를 들지 않는다면 박람회 예산 파국 국면은 장기화될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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