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의회 신청사 설계 의원들 선택에 사업비 170억 '왔다갔다'

"의회 경시 샌드위치 청사, 건물배치 문제" 의견 분분
설계 변경 공식화 땐 공기 연장, 사업비 증액 불가피

청주시·시의회 신청사 계획도.

(청주=뉴스1) 박재원 기자 = 새로 짓는 충북 청주시‧의회 청사의 현재 설계를 시의원들이 거부할 경우 공사기간이 1년, 사업비는 170억 원 정도 추가될 전망이어서 시의회 의원들의 선택이 주목된다.

상당구 북문로3가 옛 시청사 일원 2만8572㎡ 터에 3039억 원을 들여 지하 2층∼지상 12층 규모(건축면적 6만 3000㎡)로 계획한 청사 건립 설계가 마무리 단계에 왔다. 물가상승비를 적용해 공사비가 적정한지를 따지는 타당성 검토를 끝내면 연말 완성본이 나온다.

막바지 단계에 있는 설계에 제동을 건 것은 시의회다. 지난달 6일 전체 의원을 상대로 건물 배치 등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일부 의원이 위치에 문제를 삼았다.

지상 5층 규모인 의회 청사는 현재 설계대로라면 시청 새 건물과 기존 아파트 사이에 끼는 '샌드위치' 공간에 위치한다. 남측에서 보면 12층 집행부 건물에 가려 의회 건물은 보이지 않고, 북측에서도 역시 아파트 때문에 의회동은 존재감이 없다.

설계 의미는 시와 시민 사이에서 갈등을 중재하고 대화와 타협을 유도하는 상징적 위치라고는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높은 건물 사이에 낀 시청 산하기관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그러면서 이 같은 건물 배치에 의원 전체 의견을 듣겠다고 했다. 아직 설계에 대한 의회 공식적인 입장이나 의원 전체 의중을 시에 전달하지는 않았으나 오는 21일 개회하는 임시회 때 공론화할 가능성이 있다.

대의기관인 의회를 경시하는 건물 배치라는 공감도 있지만, 만약 의원들이 현재 설계를 거부하면 신청사 건립은 또다시 꼬이게 된다.

일부 의원이 요구하는 것처럼 시청 새 건물 앞에 만들 시민광장의 남측 끝에 의회동을 배치하면 설계는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 단순히 위치만 바꾸는 게 아니라 설계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계획된 총사업비(3039억 원)를 초과하면 행정안전부의 타당성 검토를 다시 받아야 한다.

청주시·시의회 신청사 배치도.

이 과정이 적게는 1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비는 재설계비와 물가상승을 적용한 공사비를 따져 170억 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주차장도 문제다. 만약 시민광장 남측 끝에 배치하면 거기에 별도의 의회 주차장을 조성하거나 아예 시청과 연계해 대규모 지하 주차장을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교통영향평가위원회에서 현재 청사 규모로는 960대가 적정하다는 심의결과를 맞출 수는 있다. 적정 주차공간을 확보하지 않아 교통영향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면 청사는 건립할 수 없다.

문제는 행안부다.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하기 위해 400대를 제시하는 행안부를 간신히 설득해 추가로 400대를 늘리기로 했는데 여기에다 주차장을 더 늘린다면 이를 용인해 줄 가능성이 낮다.

시청과 의회 건물 위치를 앞뒤로 바꾸는 방법이 합리적인 대안으로 꼽히지만 이 역시 단순하지는 않다. 배치만 변경한다고 해도 설계는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애초 설계비(64억 원)에 주차장 400대를 늘리면서 전체 설계비는 73억 원 정도가 들어갔다. 단순히 앞뒤 위치만 변경하는데 예산 73억 원이 필요한 것이다.

이래저래 현재 설계를 변경하면 공사기간은 물론 사업비가 늘어나는 것은 마찬가지여서 시의원들이 어떠한 합리적인 선택을 할지 시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ppjjww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