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점검] 제천 장곡리 주민들 '똘똘 뭉쳐' 혐오시설 막았다

원주환경청, 의료폐기물 소각시설 사업계획서 반려 처분
반대위 결성 한 달만에 백지화 이끌어…시·주민·정치 합심

지난달 18일 열린 송학면 장곡리 의료폐기물 소각장 설치 반대 총궐기대회.2024.9.14

(제천=뉴스1) 이대현 기자 = '89세대 151명'이 모여 사는 충북 제천의 작은 마을 송학면 주민이 똘똘 뭉쳐 마을에 들어오려던 혐오시설을 막아냈다.

의료폐기물 소각장이 들어온다는 소식에 화들짝 놀란 주민들이 지난달 10일 '건립 반대추진위'를 꾸리고 총궐기대회로 결사 저지에 나선 지 딱 한 달 만이다.

충북 제천시는 송학면 장곡리 일원에 한 민간업체가 추진하는 의료폐기물 소각시설 건립 사업 계획서를 환경부가 반려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시 자원순환과는 "(원주지방환경청이) 사업지 주변의 취정수장과 정온시설, 법적보호지역과 동식물에 미치는 악영향, 탄산암 지역의 지하수질 오염 등 환경훼손 우려가 높음에도 대책이 충분치 않았다고 본 것"이라고 분석했다.

원주지방청의 이번 사업 반려 처분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애초 지역에선 사업 계획서 보안 등 원주지방환경청이 업체에 조건부 승인을 내 줄 것이란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천시에선 그걸 대비해 행정 소송을 준비 중이기도 했다.

원주지방환경청은 이번 심의에서 물, 대기 등 각 분야 전문가 9명으로 구성한 검토위원회를 꾸려 법적인 문제뿐 아니라 지자체 의견, 지역 여론 등 최대한 스펙트럼을 넓혀 심도있게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깐깐하게 들여다봤다는 얘기다.

송학면에 내걸린 현수막.2024.9.14/뉴스1

충북의 정치권을 비롯한 제천 지역 사회의 반발이 예상외로 높았던 것도 '반려 처분'에 일부 작용했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이런 근거로 시는 환경청의 반려 처분이 곧 "사업 백지화"를 의미한다고 보고 있다.

시 관계자는 "업체가 문제를 보완할 수 없는 자연 태생적 환경 요인을 문제 삼아 반려 처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반려 처분이 부당하다며 행정 소송을 낼 가능성이 있지만 그 역시 같은 이유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송학면 주민들이 꾸린 반대추진위는 그러나 이런 처분 결과에도 공식 활동은 접지 않기로 했다. 혹시 모를 업체 측 돌발 변수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마을 곳곳에 내건 반대 현수막 100장도 그대로 뒀다.

추진위 한 관계자는 "행정소송이나 사업지 변경 등을 통해 다른 곳에 폐기물 소각장 건립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걸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외지의 A환경업체는 하루 48톤(시간당 2톤)을 처리하는 의료폐기물 소각시설을 송학면 장곡리 5713㎡ 터에 짓겠다고 지난 7월 25일 원주지방환경청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이곳은 제천 장곡취수장으로부터 1.3㎞, 강원 영월군 쌍용정수장과는 50m가량 각각 떨어져 있어 환경 오염을 걱정하는 지역민들의 반발이 컸다. 그러자 지역민들은 마을 입구 등 곳곳에 반대 현수막 100여 장을 내걸고, 총궐기대회를 개최하는 등 크게 반발했다.

정치권에서도 힘을 보탰다.

국민의힘 엄태영 지역구 국회의원을 비롯해 제천시의회, 충북시군의장협의회 등 지역 정치권에서도 결사반대 성명서와 건의문을 채택해 환경부와 관련 부처에 전달하는 등 반대 활동을 했다.

제천시 역시 청정 지역 이미지 훼손, 상수원 보호 구역 수질 악화 등을 우려해 부적합 판단한 의견서를 지난달 26일 인허가 청인 원주지방환경에 회신했다.

제천시 송학면 장곡리 의료폐기물 소각장 건립 예정지.2024.9.14/뉴스1

lgija200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