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의대 증원 철회하라"…의대 교수들 삭발·단식투쟁 나서

충북대·고려대·강원대 의대 비대위원장
"정부가 답하지 않으면 병원 떠날 수밖에"

(왼쪽부터) 박평재 고려대 의대 비대위원장과 채희복 충북대 의대 비대위원장, 김충효 강원대 의대 비대위원장이 9일 충북대 의대 본관 앞에서 삭발식을 하고 있다.2024.09.09./뉴스1

(청주=뉴스1) 박건영 기자 = "정부가 저희 외침에 답하지 않는다면 이젠 저희도 병원을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내년도 대입 수시모집이 시작된 9일 오후 의과대학 교수들이 충북대 의과대학 본관 앞에서 회견을 열고 삭발했다. 의대 교수들과 전공의·학생들의 거듭된 철회 요구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의대 증원분을 반영한 내년도 수시 모집을 예정대로 진행토록 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이들 의대는 의대 증원이 비과학적이고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이라며 전면 백지화를 촉구해 왔다. 이런 가운데 이날 회견에 함께한 의대 교수 30여 명 중 채희복 충북대 의대 비상대책위원장, 박평재 고려대 의대 비대위원장, 김충효 강원대 의대 비대위원장이 삭발하고 의대 증원 철회를 관철하기 위한 단식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삭발에 앞서 "그간 온라인 세미나, 장관 면담, 신문 기고 등 온갖 방법으로 '의대 증원을 철회해야 한다'고 외쳤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이라며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어 피 토하는 심정으로 삭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의대 교수들이 9일 충북대 의대 본관 앞에서 삭발식을 진행한 뒤 의대 증원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2024.09.09./뉴스1

그는 "의대 증원을 취소한다고 해서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며 이탈한) 전공의와 학생들이 돌아올진 알 수 없지만, 그때부턴 우리가 설득할 수 있다"며 "수시 모집이 시작되기 전이었다면 (증원 철회가) 훨씬 쉬웠겠지만,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의대) 정원 백지화가 전제되지 않은 여야의정협의체는 현재로선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우리 외침에 끝까지 대답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할 수 없이 의료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부디 국민 건강권과 의대생 교육권을 되찾기 위한 교수들의 간곡한 요청에 정부가 응답해 달라"고도 말했다.

김 위원장 등은 오는 13일 오전 10시까지 충북대 의대 첨단강의실에서 24시간 단식 투쟁을 이어가기로 했다.

pupuman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