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분재원 쏙 빼고?…청주시 동보원 매입 논란 계속
차별성 있는 핵심 소프트웨어 빼고 하드웨어만 매입하는 꼴
휴양림 적자 운영 뻔해…"숙의과정 거쳤어야" 지적
- 박재원 기자
(청주=뉴스1) 박재원 기자 = 충북 청주시의 사설 자연휴양림 매입을 두고 세금만 축내는 게 아니냐는 적절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시는 상당구 미원면 '동보원자연휴양림'을 사들여 인근 옥화자연휴양림처럼 공공시설로 운영할 계획이다. 매입비는 95억 원으로 이 중 50억 원은 이번 추가경정예산으로 확보했고, 나머지는 내년 본예산에 반영할 예정이다.
동보원 휴양림은 33만㎡ 임야에 숙박시설 20개 동과 갤러리, 분재원 등으로 2020년 7월 문을 열었다. 시의 감정평가액은 110억 원에 달했으나 소유주와 협의로 95억 원에 거래하기로 했다.
지역에 공공 휴양림을 추가로 늘리는 것에 다들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관이 나서 민간 휴양림을 사들일 정도의 당위성은 크게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른 곳과 달리 동보원의 차별성은 분재원에 있다. 개장 당시 분재원에는 망자, 소사, 진궁, 야광 등 희귀 분재 300점이 전시됐다. 여기에 수령 300년 이상인 소나무 분재목도 있었다.
휴양림 경영이 어려워 매각 처지에 있다면 이 분재원을 지역 명소로 지키기 위해서라도 관이 나서야 할 명분이 있다.
그러나 시는 이 분재원을 쏙 빼고 매입을 추진한다. 핵심 소프트웨어는 버리고, 손쉬운 하드웨어만 챙기려는 것이다.
이유는 관리가 어려워서다. 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관이 나서 가치를 보존해야 하는데 시는 이를 감정 평가 과정에서 제외하고 건물과 임야만 사들이려 해 매입 명분이 약하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국립자연휴양림의 손실액은 2018년부터 2023월 8월까지 171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으로 인건비와 운영비, 유지보수비 등을 충당하지 못해 매년 적자가 불가피한 것이다.
충북보다 지리적 이점이 있는 강원도에 있는 국립자연휴양림조차 같은 기간 운영 적자액은 48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차별성 없이 웬만해서는 적자로 허덕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방증하는 자료다.
시가 동보원을 매입해 수경시설이나 즐길거리를 조성한다고 하더라도 전국에 산재한 다른 공공‧민간 시설과 별반 차이가 없을 가능성이 커 매년 시민 세금을 수혈받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
시의회에서도 매입 예산 심사 과정에서 이 같은 지적을 했으나 이를 걸러내지 못하고 결국 예산안을 통과시켜 줬다.
시는 공공재 성격이라 당연히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역설하지만, 소유자가 알아서 민간에 매각‧운영하도록 내버려두면 굳이 세금을 투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평가도 있다.
매입자가 없어 수년간 흉물로 방치한다면 이때 관이 개입해도 늦지 않아 이번 시의 동보원 매입은 숙의 과정이 필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의 동보원 매입에 특혜 의혹까지 더해지는 이유도 명분이 크게 없어서다. 옛 청원군 시절 동보원 준공 허가가 난 2013년 군은 43억 원을 들여 휴양림 진입도로와 교량을 대신 만들어 줬다. 행정구역 통합 후에는 이제 시에서 매입까지 해주는 것이다.
반면 시는 새롭게 휴양림 건립하는 것보다 예산이 적게 들고 미동산수목원과 옥화9경과 연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관광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시 관계자는 "새로운 관광명소로 육성해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체류형 관광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ppjjww12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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