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점검] 충북도 청사리모델링 등 원도심 활성화 프로젝트 논란

택지개발로 도심 상권 분산, 성안길 쇼핑 등 상업기능 상실
"도심정원은 상권활성화 미미…일자리 상업 기능 회복해야"

충북도청사 시설개선안.(충북도 제공)뉴스1

(청주=뉴스1) 이재규 기자 = 충북도가 김영환 지사 취임 이후 쇠락한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추진 중인 도청사 리모델링과 개방 등이 논란이 되고 있다.

기존 원도심 기능이 택지개발 등으로 시 외곽으로 분산돼 뿌리를 내린 상황에서 도의 원도심 활성화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충북도는 청사 울타리를 철거하고 광장과 도청사 리모델링과 개방 프로젝트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의 하나로 상당공원과 연결된 도청 북측 울타리를 허물고 산업장려관 개방에 이어 남측 잔디 광장을 조성했다. 도청사 옥상을 공원으로 꾸몄고, 서쪽 울타리를 제거하면서 쌈지 광장도 조성했다.

앞으로 본관을 청소년문화공관으로 조성하고 주차빌딩과 출입문 추가 신설을 계획하는 등 70여년 간 이어져 온 도청 외형을 교체하는 작업이다.

도는 이를 통해 도민과 소통하고 쇠퇴하는 성안길 등 원도심을 활성화하고자 하는 김 지사의 의지가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청주를 상징하는 우암산부터 도청, 청주대로까지 이어지는 도심정원의 구체적인 사업규모와 조성 방법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크게 두 단계로 계획돼 있다.

도로 중앙을 대중교통 차로로 만들고 주변을 공원화하는 것과 차가 다니지 않는 전면 보행구간을 만드는 것이나 이는 교통대란을 우려하는 청주시가 강력히 반대해 사실상 불가능하다.

성안길(자료사진)/뉴스1

두 사업 모두 원도심 활성화 차원의 전략이지만 실제로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성안길은 과거 청주의 명동이라 불렸던 쇼핑과 먹거리 등을 즐길 수 있는 청주의 대표적 중심 상권이었다. 그러나 대농지구와 산남지구, 율량지구, 동남지구, 테크노폴리스 등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으로 신흥상권이 조성되며 쇠락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청주인근에 산업단지가 조성되며 이들 단지에까지 공동주택단지와 상업지역이 들어서며 사실상 쇼핑과 먹거리, 위락 등의 기능을 잃었다.

청주의 관문인 흥덕구에 현대백화점과 롯데아울렛 등 대형 유통·쇼핑몰까지 들어서면서 원도심의 상권은 자연스럽게 신규 개발지역으로 옮겨져 깊게 뿌리를 내렸다.

신규 택지와 대규모 유통단지가 성안길의 기능을 그대로 흡수해 두터운 상권을 형성하고 있는 만큼 도청사 개방이나 도심정원 조성만으로는 원도심을 되살릴 수 없다는 것이 대다수의 의견이다.

한 도시계획전문가는 "청주 원도심은 이미 상권이 분산돼 특화하지 않으면 인구 유입이 불가능하다"며 "활성화를 위해선 일부 외형을 바꾸는 것보다 전주한옥마을 같은 전략적 사업을 벌여야 사람 유입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도 "원도심 활성화의 기본은 무너진 상권을 되살리는 것"이라며 "도심정원은 청주시와 엇박자로 실현 가능성이 미미하고, 소규모 공원을 보기 위해 굳이 도청사를 찾아 성안길 상권까지 이용하는 소비자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충북대 도시공학과 A 교수는 "거대 도심정원이 원도심 활성화 자체에 미미하게 기여할 수 있겠으나 기존에 빠져나갔던 일자리와 주거·상업·교통 기능을 회복하지 않고선 활성화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jaguar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