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점검] 현안마다…김영환 지사-이범석 시장 '갈등 위험수위'

저출생 사업 문제 청주시 불참하자 김 지사 공개적 불만
공직사회 "일방통행식 발표 자제하고 사전 협의 거쳐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2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4 재외공관장-광역 단체장과의 만남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4.23/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청주=뉴스1) 이재규 기자 = 김영환 충북도지사와 이범석 청주시장이 정책 추진에 있어 현안마다 부딪히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급기야 김 지사가 최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며 공개적으로 경고장을 날리며 폭발 직전 상황이다. 두 단체장은 같은 당(국민의힘) 소속이라 이를 바라보는 도민들은 비판 일색이다.

김 지사는 얼마 전 지역 언론사와 가진 자리에서 가장 먼저 충북도의 저출생 극복을 위한 현금성 복지사업에서 청주시가 비협조적인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도는 최근 도와 시·군이 50대 50 비율로 예산을 투입하는 결혼비용 대출이자 지원, 임신·출산 가정 대출이자 지원, 초 다자녀가정 지원 사업 등을 추진했다.

결혼비용 대출이자 지원은 대출금 1000만 원 한도 내에서 2년간 이자 120만 원을 지급하고, 임신·출산 가정 대출이자 지원은 신혼부부가 1000만 원을 대출받을 경우 2년간 이자를 지원한다. 초 다자녀 가정 지원 사업은 5명 이상 자녀를 둔 가정에 매년 최대 500만 원(18세까지)을 지원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하지만 이러한 저출생 극복 사업은 충북도의 인구수 절반이 넘는 청주시가 불참하면서 반쪽짜리 사업으로 전락했다.

청주시가 이 사업에 불참한 이유는 대상자들의 절반 이상이 청주에 있어 전체 예산의 60%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범석 청주시장/뉴스1

시에 따르면 올해부터 5년간 출산양육수당 분담금이 650억 원, 임산부산후조리비가 70억 원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사업에 참여하면 결혼비용 대출이자 지원(36억 원), 임신·출산 가정 대출이자 지원(56억 원), 초 다자녀 가정 지원사업(80억 원)까지 총 170억여 원의 추가 예산이 든다.

청주시는 이러한 사전 협의 없는 충북도의 일방통행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출산양육수당과 임산부산후조리비에 대한 예산은 편성되지 않아 긴급히 추경을 세웠었다"며 "이미 이 정책으로 많은 예산이 들어가고 있어 추가 예산을 편성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예측 가능한 부분이 있어야 예산을 미리 세우는데 상의 없이 도에서 일단 결정하고 통보하는 일방통행식 추진은 시·군 관계자들을 모두 당황하게 할 것”이라고 불만을 표했다.

충북도와 청주시의 갈등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우암산둘레길 사업의 경우도 김영환 지사는 기존 양방향 통행을 일방통행으로 바꾸자고 제안했으나 이범석 시장의 반대로 양방향 통행으로 최종 진행됐다.

당시 청주시는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일부 시민단체가 강력히 반대했으나 시 의회 의견과 주민여론조사 등을 종합해 추진했으며, 현재 시민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이 밖에도 충북도와 청주시는 청주대교~상당공원 구간을 폐쇄하고 차 없는 거리로 만들어 광장을 조성한다거나 당산터널 지하벙커를 문화예술공간으로 쓰겠다는 등의 사업과 관련 수면 아래서 대립각을 세우며 충돌 가능성을 보인다.

일부는 '일단 터뜨리고 보자는 식'의 운영에 문제를 제기한다. 실무자들과 적법성과 적절성 등에 대한 협의를 거쳐 도출된 결론이 아닌 즉흥적 발표로 실무자들을 당황하게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도청 한 관계자는 "엄연히 도와 시는 자치단체가 다르고 재정 부담이 다른데 일단 터뜨리고 보는 방식은 옳지 않다"며 "그러한 발언에 실무자들만 죽어 나가는 판"이라고 말했다.

jaguar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