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부실수사로 묻힐 뻔한 '형제 살인사건'…검찰이 증거 찾아 기소

(청주=뉴스1) 박건영 기자 = 2년 전 충북 청주에서 발생한 형제 살인사건의 피의자를 '증거없음'으로 불송치했던 경찰의 초동 수사가 부실투성이였다는 사실이 재확인됐다.

경찰이 2년 동안 접근조차 하지 못했던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통해 10여 일 만에 밝혀내면서다.

청주지검 형사2부(신도욱 부장검사)는 26일 상해치사 혐의로 A 씨(63)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A씨는 2022년 6월3일 오전 5시 13분쯤 청주시 서원구 사직동의 자택에서 남동생 B 씨(당시 59세)를 여러차례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경찰은 '타살이 의심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가 있었는데도 주민 탐문과 CCTV 확보 등을 소홀히한 채 '증거불충분'으로 1년 만에 사건을 종결했다.

이후 검찰로부터 주민 탐문을 다시 하라는 구체적인 재수사를 요청받았지만 적극적인 조사를 하지 않고 9개월 만에 또다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재차 보완수사 요구를 받은 경찰은 수사팀을 교체하고 제대로된 수사에 착수한 지 한 달 만에 A 씨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단서를 찾았다.

경찰은 수사 끝에 부검 결과와 목격자 진술만을 토대로 A 씨를 피의자로 특정해 사건을 넘겼는데, 검찰은 직접 보완수사를 해 A 씨의 혐의 입증을 뒷받침할 만한 결정적인 증거를 추가로 확보했다.

A 씨 자택 안에서 현장 감식을 벌여 비산 혈흔 흔적을 발견했고, 이를 통해 A 씨가 B 씨의 머리를 여러차례 가격했다는 사실을 증명해낸 것이다.

또 A 씨의 주류 구매내역과 주변인 추가 조사를 통해 알코올 중독자 수준이었던 A 씨가 평소 B 씨에 대한 스트레스를 욕설과 폭행으로 분출해왔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은 이 같은 증거를 토대로 범행 당일 마신 술로 폭력성이 발현된 A 씨가 B 씨를 마구 폭행하다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보고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 했다.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철저한 사법통제 및 경찰과 상호협력을 통해 국민의 생명을 침해하는 강력 사건이 만연히 종결되거나 암장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pupuman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