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사고낸 후 편의점서 소주 '벌컥' 50대…무죄→항소심 유죄

편의점서 남긴 술 양이 유무죄 판단 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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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뉴스1) 박건영 기자 =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낸 이후 편의점에서 술을 마신 50대가 1심에서는 무죄를 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유죄를 받았다.

청주지법 형사항소3부(태지영 부장판사)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상 혐의로 기소된 A 씨(57)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6월18일 오전 10시30분쯤 충북 영동군 심천면 한 편도 4차로 도로에서 술에 취해 승용차를 몰다가 신호대기 중인 택시를 들이받았다.

사고 이후 그는 근처 편의점에 자리를 잡고 소주 2병을 구입한 뒤 종이컵에 담아 마시기 시작했다.

경찰의 음주측정은 A 씨가 편의점에서 술을 마시고 난 뒤에 이뤄졌는데,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277%였다.

검찰은 측정된 혈중알코올농도에서 '위드마크' 공식에 따른 편의점 음주량(소주 2병)을 빼고 계산한 결과 운전 당시 그의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취소 수치인 0.083%였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운전대를 잡았을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처벌 기준치인 0.03%를 초과했는지 합리적 의심없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위드마크 공식은 운전자의 알코올 체내흡수율과 성별, 체중 등에 따라 다를수 있으므로 수사기관은 최대한 피의자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혈중알코올 농도값을 계산해야 하는데, 이를 토대로 계산했을 경우 A 씨의 혈중알코올 농도가 0.028%에 불과하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사가 추가 제출한 증거를 통해 편의점에서 마신 종이컵에 소주가 일부 남아있던 점을 포착했고, 음주량을 재적용해 계산한 결과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처벌 기준치를 초과했다는 점을 확인했다.

A 씨가 사고 이후 음주 당시 소주 2병을 모두 마시지 않았고, 약 60~90㎖를 남겼다는 점을 감안해 계산하면 A 씨에게 가장 유리하게 위드마크를 적용하더라도 사고 이전 혈중 알코올농도가 0.03% 이상임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음주운전으로 무려 4회나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또다시 술을 마시고 운전했을 뿐 아니라 사고를 일으켜 인명피해까지 발생시켰다"며 "더구나 피해자가 음주운전을 의심하자 추가 음주를 하는 방법으로 수사에 혼선을 주려고 한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pupuman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