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동 형제 살인사건 초동수사 허점투성이…감찰 과정서 드러나

검찰 재수사 요청에도 주변 인물 탐문 안해
"수사 중 사안, 확인해줄 수 있는 사실 아무것도 없어"

충북 청주시에서 동생을 때려 살해한 혐의를 받는 60대 남성이 2일 오후 청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2024.7.2/뉴스1 ⓒ News1 이재규 기자

(청주=뉴스1) 이재규 기자 = 2년 전 충북 청주에서 발생한 형제 살인사건을 '증거없음'으로 결론냈던 경찰의 초동 수사가 허점투성이였던 것으로 감찰 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다.

피의자의 주변 인물을 추가로 탐문하라는 검찰의 구체적인 재수사 요청이 있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데다 수사 기본조차 지키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경찰이 부실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1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 사건에 대해 감찰 중인 충북경찰청 수사심의계는 최근 청원경찰서 수사팀 모 경감과 모 경장을 각각 불러 조사했다.

두 경찰관은 2022년 6월 친형 A 씨(61)가 동생을 때려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의 담당 수사팀 소속 경찰관이었다.

이 수사팀은 당시 1년 1개월 간의 수사 끝에 '증거 불충분'으로 유력 용의자였던 A 씨를 불송치했고, 검찰의 재수사 요청에도 혐의를 입증하지 못해 9개월 만에 또다시 같은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새롭게 사건을 맡은 수사팀이 1개월여 만에 바로 옆집에 살고 있던 목격자 진술을 확보하고 A 씨를 구속하는 데 성공하면서 경찰의 초동 수사가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경찰은 초동 수사가 미흡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부실 수사'는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자체 감찰 결과 수사 곳곳에서 허점이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7월 검찰로부터 A 씨와 그의 가족을 상대로 진술을 다시 받으라는 취지의 재수사 요청을 받고도 이들을 불러 조사하거나 찾아가지 않았고, 상해치사 피의자였던 A 씨가 이사 간 주소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것이다.

그런데도 경찰은 마치 검찰의 요청을 이행한 듯 "새로운 목격자를 만나지 못했다"는 취지로 재수사 결과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살해사건 유력 용의자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리면서 회신이 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과수 외에 다른 법의학자의 감정조차 받지 않았다.

결국 경찰이 1년10개월이라는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사건의 핵심 증인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A 씨의 어머니가 지병으로 숨지면서 끝내 A 씨의 범행 동기를 밝혀내지 못한 채 사건을 검찰에게 넘겨줘야만 했다.

청원서 관계자는 "이 사건과 관련해서는 감찰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확인해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대답을 회피했다.

충북청 수사심의계는 "당사자들에 대한 징계 여부와 그 수위를 결정하는 데까진 시일이 걸릴 예정"이라며 "수사가 미진했던 부분은 없었는지 계속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A 씨는 지난 2022년 6월 3일 새벽 사직동의 한 주택에서 남동생 B 씨(59)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초동 수사 당시 A 씨를 유력 용의자로 지목했으나 주변 탐문 수사 등 적극적인 수사를 실시하지 않고 친동생이 자해한 것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그러다 검찰의 재수사, 보완수사 요청에 전담수사팀을 꾸려 탐문을 실시, 이웃 주민 등 사건의 목격자를 발견해 상해치사 혐의로 지난 9일 송치했다.

jaguar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