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냐 인재냐…옥천군·영동군 장마철 대비책 도마 위
1명 사망·1명 실종…현장점검 관리 허점 드러내
기관간 업무 떠넘기기로 폭우때마다 농경지 침수도
- 장인수 기자
(옥천·영동=뉴스1) 장인수 기자 = 지난 6~10일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본 충북 옥천군과 영동군이 장마철 대비 현장점검과 안전사고 예방에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충북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기준 지난 6일부터 닷새간 내린 장맛비로 사유시설 농경지와 주택 등 268.3㏊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도로, 하천 등 공공시설 피해도 367건 148억 3100만 원의 피해가 났다.
피해가 집계되지 않은 지역도 있어 피해액은 계속 늘어날 수 있다고 도는 전했다. 한때 시간당 50~60㎜ 이상의 폭우가 퍼부은 영동과 옥천의 농경지 피해가 컸다.
영동군은 지난주 폭우로 인한 피해액을 92억 5000만 원(공공시설 84억 원·사유 시설 8억 5000만 원)으로 추산했다. 옥천군은 전날까지 피해는 874건, 피해액은 91억 300만 원으로 잠정 집계했다.
영동군은 전날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고, 옥천군은 추가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요청에 나선 상황이다.
옥천과 영동 지역에 지난 7일부터 나흘간 340㎜ 이상의 장맛비가 내렸고, 일부 지역은 10일 새벽에만 100㎜ 이상이 집중돼 주택과 농경지 등이 물에 잠기는 피해는 천재(天災)라 한다.
그러나 일각에서 천재는 온전히 피하지 못하더라도 인재(人災)는 장마철 현장점검 등 대비책을 통해 예방했어야 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 10일 새벽 충북 영동군 심천면에서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70대 A 씨를 찾기 위해 경찰과 소방당국이 7일 차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이 지역에는 10일 0시부터 5시간여 동안 120.5㎜의 폭우가 내렸고, 오전 5시쯤 법곡저수지 둑이 터지면서 엄청난 양의 물이 하류 지역을 덮쳤다. A 씨는 저수지 아랫마을의 컨테이너 농막에서 혼자 잠을 자다가 급류에 휩쓸렸다.
둑이 무너진 법곡저수지는 2019년 안전점검에서 긴급 보수가 필요한 'D등급'이 나왔지만 공사가 차일피일 미뤄지다가 사고가 난 것으로 밝혀졌다.
영동군이 2021년 한국농어촌공사에 의뢰해 이 저수지 보강공사를 시작하려 했지만, 토지 소유자들과 보상 시비가 불거져 공사가 지연되면서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
뜻있는 인사와 이 마을 주민들은 적극 행정으로 보상 문제를 해결하고 오래된 저수지의 제방을 미리 고쳤다면 실종 사고까지 일어난 재해를 피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한다.
지난 8일 옥천에서 축대 붕괴로 목숨을 잃은 50대 B 씨는 준공승인이 안 된 주택에 사전입주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숨진 B 씨는 옥천읍 양수리 집에 사전입주해 살다가 사고 당일 오전 8시 43분쯤 주택 뒤 절개 면이 빗물에 무너져 내리면서 토사에 묻혀 숨졌다.
이곳은 전원주택 개발사업을 하는 B 씨가 2022년 11월 옥천군으로부터 전체면적 2518㎡의 개발행위허가를 받아 주택 4채(999.87㎡)를 신축했다.
준공승인이 안 된 상태지만 최근 건축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분양받은 4가구 모두 입주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옥천군은 사고가 발생한 뒤 4가구가 사전 입주한 사실을 알았다. 군은 뒤늦게 4가구에 퇴거명령을 조처하고, 건축주 B 씨를 건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
장마철 대비 사전 예방 조치 미흡으로 농경지 침수와 재산 피해를 본 민원도 곳곳에서 제기됐다.
옥천군 청산면 덕지리 주민 A 씨는 지난 8일 오전 1시쯤 몸이 물에 젖는 느낌을 받고 잠에서 깼다. 밤새 쏟아진 강한 비로 집과 농경지가 빗물에 잠겨 이웃 주민과 함께 빠져나왔다.
이 마을 주민들은 수해 원인이 군이 발주한 마을 인근 소하천정비공사 때문이라며 민원을 제기했다. 시공업체가 공사를 하면서 기존 교량을 철거하고 원형 관(흄관)을 포함한 가도(임시도로)를 설치했는데, 이 임시도로가 물길을 막아 제방 위로 물이 넘쳐흐르면서 침수를 일으켰다는 게 주민의 설명이다.
수해 현장점검에 나선 군과 시공업체 측은 주민들의 주장을 인정하며 보상 절차를 이행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동군 영동읍 주곡리 일원 포도재배 농가들은 지난 7~10일 폭우로 한해 농사를 망쳤다고 하소연한다. 이들 농가는 영동군과 한국철도공사가 경부선철도와 지방도로 사이에 배수로를 제대로 설치하지 않아 빗물이 포도밭에 흘러들어 큰 피해가 났다고 주장한다. 수년 전부터 두 기관에 민원을 제기해도 업무 떠넘기기에만 급급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65·영동읍)은 "재난 당국은 해마다 장마철이면 대비책을 세워 안전조치를 구축했다고 큰소리를 냈다"며 "하지만 실제 재난이 터지면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보는 경우가 다반사인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한국재난관리학회 관계자는 "지구온난화로 폭염·폭우가 더 잦아지고 강해지는 추세"라며 "매년 되풀이하는 방식에서 탈피해 좀 더 촘촘하고 체계적인 장마철 안전 점검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jis490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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