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마다 맨홀 사고 반복돼도…안전 시설 설치율 0.012%

맨홀 4만 9571개, 예방 시설 설치는 638개 뿐
시 관계자 "반기마다 예산 편성해 추가 설치"

맨홀 추락 방지 시설(사진은 기사와 무관함)/뉴스1

(청주=뉴스1) 이재규 기자 = 여름철 맨홀 뚜껑 열림으로 인한 사고가 매년 반복되고 있지만, 이를 예방하기 위한 청주시의 안전시설 설치는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충북 청주시 각 구청에 따르면 청주시 전체에 설치된 맨홀은 2022~2023년 기준 4만 9571개(서원 1만 1014개, 청원 9839개, 상당 1만 935개, 흥덕 1만 7783개)다.

하지만 맨홀 추락 방지 시설 설치는 638개(흥덕 213개, 청원 200개, 서원 122개, 상당 103개)로 설치율 0.012%에 불과하다.

맨홀 사고는 보통 호우 시기 하수가 역류하거나 수압으로 뚜껑이 이탈해 발생한다.

충북에서는 지난해 7월 15일 오후 2시 45분쯤 괴산군 문광면의 한 마을 이장 A 씨가 맨홀 속 이물 제거를 하다 발을 헛디뎌 빠졌다. 아들 B 씨는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다가 결국 숨졌다. 이날 괴산군 일 강수량은 200㎜ 이상이었다.

2022년 8월 10일, 시간당 50㎜의 비가 내린 청주에서는 우암동, 영운동 등 9곳에서 맨홀이 파손됐다. 같은 해 8월 8일 서울 강남역에서는 시간당 100㎜ 이상 내리는 비로 인해 하수도가 넘쳐 맨홀 뚜껑이 이탈하면서 그 안으로 50대 누나와 40대 남동생이 빠져 숨졌다.

서울은 2022년 남매 사망 이후 곧바로 상습침수구역에 맨홀 추락 방지 시설을 설치했다. 서울은 전체 맨홀 28만개의 약 8% 수준인 2만 2000여 개를 설치한 상황이다.

맨홀 추락 방지 시설은 상습침수구역, 어린이보호구역, 하수 역류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에 주로 설치한다. 이 시설은 200㎏ 이상을 견딜 수 있어 성인이 추락해도 안전하다.

청주에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이 시설이 청원구에만 57개 설치돼 있었다. 나머지 3개 구에는 전무했다.

각 구청은 반기당 4000만~6000만 원의 예산을 편성해 추락방지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개당 30만~50만 원 수준으로 80~100개씩 추가로 설치하고 있다.

각 구청 관계자는 "반기마다 예산을 편성해 상습침수구역 위주로 설치량을 늘려가고 있다"며 "예산의 한계로 그 이상은 설치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jaguar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