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영화제 간판 내려놓나"…제천영화제 '20년 정체성' 논란

영화제 7억원 들여 K-팝 콘서트 개최 등 음악공연 비중↑
문화계 "실익 좋지만 음악영화제 전통성 훼손 우려 커"

19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원썸머나잇 공연 모습.2024.7.2/뉴스1

(제천=뉴스1) 이대현 기자 = 국내 유일의 음악영화제인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20년 만에 '음악영화' 정체성 논란에 휩싸였다.

올해 20주년을 기점으로 7억 원짜리 'K-팝 콘서트(가칭)'를 열기로 한 건데, 벌써 '제천음악제'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영화제사무국 등에 따르면 오는 9월 6~7일 7억 원을 투입해 정상급 라인업을 갖춘 이 콘서트를 제천종합운동장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영화제 측은 이틀간 2만명가량의 관객을 동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서 발생한 티켓 판매 수익을 영화제에 재투자하고 '캐시백' 등을 통해 지역 상권을 살린다는 취지다.

따라서 올해엔 19년 전통의 간판 공연 콘텐츠인 '원썸머나잇'은 예년과 같은 방식으론 열리지 않는다.

영화제 측은 이 외에도 예술의 전당 공연 등 각종 음악 공연에 4억 원을 배정하는 등 총 11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는 영화제 총예산의 25%가량을 차지한다. 이에 반해 올해 영화제 상영작은 역대 최다 출품에도 불구하고, '영화관 없는 영화제' 여파 탓에 예년의 100여 편 수준보다 적은 80편에서 90편 상영에 그칠 것이라고 영화제 측은 전망했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 문화계를 중심으로 "국제음악영화제 20년 헤리티지를 한순간 버리는 것이냐", "앞으론 '제천음악제'로 불러야하는 거냐"는 등 우려 섞인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여기에다 제천시장이 바뀔 때마다 영화제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영화제의 정체성'이 갈팡질팡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유일' 음악영화제 브랜드마저 위태롭단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 전통적으로 청풍호반 무대에서 열렸던 영화제 개막식 장소와 주 무대를 놓고도 시내권 관광을 위해 '비행장과 의림지 일원'으로 갔다가 또다시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며 '청풍호반 무대'로 회귀하는 등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번 'K-팝 콘서트' 역시 김창규 시장 들어 '돈 버는 영화제, 실익을 주는 영화제' 기조에 따라 기획한 것이다. 시가 용역 의뢰한 보고서에도 이런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지역 문화계 한 관계자는 "국내 유일의 '음악영화' 전통과 정체성 훼손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20년 만의 큰 변화가 오래 못 가 시장이 바뀔 때마다 오락가락할 수 있단 우려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영화제 관계자는 "대중성을 강화하고, 시민에게 실익을 주자는 취지이지 정체성에는 변화가 없다"며 "공연 수익으로 영화제 적자를 메우고 시민에게도 공유할 방침"이라고 해명했다.

20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날씨 리스크 해소 등을 위해 사상 첫 가을철인 오는 9월 5~10일 열린다. 개막식은 이달 개관한 제천 예술의전당에서 개최한다.

20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공식 포스터./뉴스1

lgija200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