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들어왔다고 현수막 30장 뗀 충주시…시 "옥외광고물법 적용"
시민단체 "진짜 황당…어떤 때는 법을 뛰어넘어야"
- 윤원진 기자
(충주=뉴스1) 윤원진 기자 = 충북 충주시가 공익 목적의 시민단체 현수막을 떼어내 논란이다.
19일 지역 시민단체에 따르면 충주시는 지난주 목행동 일원에 게시한 시민단체 현수막 30장을 철거했다.
현수막은 SRF 사업확장 저지 충주시민대책위, 충주시민단체연대회의, 충주시민참여연대, 충주지역사회연구소, 동의회 등 5개 단체가 내걸었다.
이들은 목행동 세람에너지서비스가 추진하는 충주 일반산업단지 수증기 공급 사업이 시민 건강에 악영향을 줄 거라 봤다.
세람에너지서비스는 비닐 등 가연성 쓰레기로 만든 고형연료(SRF)를 원료로 수증기를 생산해 공장 등에 공급해 왔다.
그런데 수증기를 공급받던 코스모신소재가 ESG(환경·사회·투명) 경영을 선포하면서 수증기를 다른 공장에 공급해야 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세람에너지서비스는 수증기 공급관 매설을 위해 충주시에 도로 점용허가를 신청했다가 주민 수용성을 이유로 거부당하자, 행정소송을 진행해 1심과 2심에서 승소했다.
실제 충주시는 지난 3월 도로 점용허가를 내준 상태다. 업체가 배관 공사를 마무리하면 SRF 소각시설을 재가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SRF는 연소 시 암모니아 등 유해 물질을 대기 중으로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충주지역에서는 2016년부터 10년간 해당 소각시설을 놓고 업체와 시민단체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충주시가 시민단체 현수막을 철거하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시는 민원이 들어와 현수막을 철거했다고 하는데, 이런 논리라면 앞으로 공공성 있는 현수막도 지정 게시대가 아니라면 언제든지 철거할 수 있다는 말로 해석된다.
그동안 환경 유해시설 설치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현수막을 내걸면 보통 갈등이 해소될 때까지 현수막을 유지하는 게 관습처럼 여겨졌다.
시 관계자는 "전화로 민원이 여러 건 접수돼 철거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옥외광고물법 8조를 적용했다"라고 잘라 말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시민 전체가 힘을 모아 반대 운동을 해도 모자랄 판에 진짜 황당하다"면서 "시장은 어떤 때는 법을 뛰어넘어야 하는 일도 있다. 손 놓으니 이런 꼴 나는 거다"라고 지적했다.
충주시민단체연대회의는 25개 시민단체로 구성한 보수 성향의 단체다. 충주시민참여연대와 충주지역사회연구소는 진보 성향 단체로 분류된다.
blueseeki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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