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생각에서 결심"…영동군 부부 간부공무원 '아름다운 용퇴'

서종석 행정관광복지국장·이인경 추풍령면장 부부
33·32년 공직생활 마무리…"감싸준 분들에게 감사"

이달 24일 명예 퇴임을 앞둔 부부 간부 공무원 서종석 행정관광복지국장과 이인경 추풍령면장. /뉴스1

(영동=뉴스1) 장인수 기자 = "아내와 함께 큰 과오 없이 명예롭게 떠나게 돼서 뿌듯합니다. 자연인으로 돌아가지만 영동군 발전을 위해 늘 응원하겠습니다."

충북 영동군 공무원들에게 듬직한 맏형 노릇을 해 온 서종석 행정관광복지국장(59)과 그의 아내 이인경 추풍령면장(54)이 함께 공직 생활을 마무리한다.

영동군 개청 이래 부부 간부 공무원이 후배들의 길을 터주기 위해 같은 날(6월 24일) 명예 퇴임하는 것은 극히 드문 사례다. 후배 공무원들 사이에 '아름다운 용퇴'라는 칭송이 나오는 이유다.

부모의 권유로 공직에 뜻을 품은 서 국장은 1991년 지방행정 서기보로 영동군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는 지방행정 서기관(4급)인 행정관광복지국장에 오르기까지 숱한 역경을 이겨낸 입지전적인 인물로 손꼽힌다.

그가 공직에 입문했을 당시 작은 체격의 이 젊은 공무원이 훗날 군 행정의 거목으로 성장하리라 예측한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특유의 친화력에다 저돌적이고 세심한 업무 스타일로 그가 영동군정에 남긴 족적은 뚜렷하다.

그의 업적 중에서도 영동복합문화예술회관 조성사업은 빼놓을 수 없다. 서 국장은 "예산과 설계변경 등 우여곡절 끝에 건립한 복합문화예술회관이 지역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해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정무적 판단으로 단체장(군수)의 내치와 군정 활동에 큰 도움을 줬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의 아내인 이 면장(5급)이 조기 명예퇴직 결심을 한 것을 놓고 한때 공직사회가 술렁이기도 했다. 정년을 6년이나 남겨 놓은 상황에서 명예퇴직을 결심해서다.

그가 퇴직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추풍령면 일부 주민들이 찾아 와 면장직을 2년만 더해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그는 맡은 바 소임을 다하며 신뢰를 얻었다.

남편보다 1년 늦은 1992년 공직에 첫발을 내디딘 이 면장은 군민 복지 향상에 이바지한 공이 크다. 충북도내 지자체 중 처음으로 버스정류장 온열 시트를 설치하는 토대를 마련한 주인공이다. 행복공유 주차장 조성과 행복목욕탕 개장 등도 그의 손을 거쳤다.

이 면장은 "남편과 함께 3년 전부터 조기 퇴임 계획을 세웠다"며 "조금 앞당겨 가정으로 돌아가 노후생활을 건강하게 보내자는 아주 소박한 생각에서 결심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무원 동료이자 부부인 이들은 연로하신 부모를 제대로 모셔야겠다는 생각도 조기 퇴직을 택한 이유 중 하나였다고 말한다.

서 국장은 후배들에게 이 말은 꼭 남기고 싶어 했다.

그는 "갈수록 공직 생활이 더 힘들어질 것 같아 안타깝다"라며 "공직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공부하는 후배들이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 얽어매고 있는 모든 구속과 생각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다"며 "긴 세월 부족한 저희를 믿음과 사랑으로 감싸준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jis490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