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왕좌 탈환…'대성중 유도' 옛 명성 되찾을 수 있을까

박종학·전기영·조인철·조구함 등 세계대회 우승자 대거 배출
정종혁 53회 전국소년체전 금…"지도자 헌신, 협회 단합 결과"

53회 전국소년 체육대회 유도 -90㎏ 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정종혁 선수.(대성중학교 제공).2024.5.29./뉴스1

(청주=뉴스1) 박건영 기자 = 한국 꿈나무 유도의 산실이었으나 침체기에서 해어나지 못했던 '전통 강호' 충북 청주 대성중학교가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전국대회에서 15년만에 금메달을 맛보면서 옛 명성을 되찾겠다는 새로운 희망에 부풀어 있다.

29일 충북체육회에 따르면 대성중학교 정종혁(16)은 53회 전국소년체육대회 유도 90㎏이하급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정 선수는 본선부터 쟁쟁한 선수들을 맞이했지만, 191㎝의 장신이라는 이점을 활용해 상대 선수들을 단숨에 눕히며 최강자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런 정 선수의 활약에 힘입어 대성중학교는 15년 만에 전국소년체전의 왕좌를 재탈환했다.

한때 대성중학교는 유도로 국내 간판급 선수들을 대거 배출하면서 국내 유도계를 호령했던 시절이 있었다.

세계유도선수권대회 국내 첫 우승자인 박종학을 비롯해 올림픽 3연패,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전기영과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조인철, 조구함을 배출한 곳이다.

대성중학교는 이런 유도 전설들의 명성을 등에 업고 청석고등학교와 함께 명실상부한 '유도 명가(名家)'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2000년 이후부터 지도자들의 역량 부족과 갈등으로 이들 뒤를 이을 유망주를 발굴하지 못해 암흑기를 맞았다. 지난 2009년 38회 전남 소년체육대회 81㎏이하급에서 김영선이 금메달을 목에 건 이후 뛰어난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15년 동안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획득하는 데 성공하는 등 성과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유도 인재양성소라는 학교의 명성에는 부족하다는 시각이 많았다. 또 지도자의 일탈 또는 역량 부족 등 온갖 악재까지 겹치며 미래도 밝지만은 않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 선수가 기나긴 침묵을 깨고 다시 왕좌를 탈환하면서 유도 명가의 옛 명성을 되찾지 않겠냐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정 선수는 내년엔 고등학교에 진학하지만 월등한 신체조건과 손·발 기술로 국내 유도의 미래를 이끌어갈 유망주라는 평가를 받는다.

유도계에서는 올해 3월 대성중학교로 부임한 강호석 감독의 훈련 방식도 우승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새벽 운동과 야간 운동 등 체계적인 체력 훈련과 선수의 장점을 잘 활용하는 강 감독의 훈련 방법이 선수들의 기량을 한껏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이와함께 지도자간 불협화음이 해소되면서 선수 간 합동훈련이 부쩍 늘고, 협회 지원이 잇따르면서 경쟁 학교와 생활체육 학생들까지 기량이 동반 상승해 올해 소년체전에서 금 4개 은 1개, 동 2개 등 모두 7개의 메달을 따 16개 시군 중 종합순위 3위를 기록하는 성과를 올렸다.

충북유도회 관계자는 "올해 소년체전에서 지도자의 헌신과 열정, 협외의 지원으로 충북 유도가 크게 반등을 하며 유도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며 "특히 전통 강호인 대성중학교가 앞으로도 선전해주기를 기대하는 이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pupuman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