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참사' 최고 책임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할까…검찰 고심 거듭
중대시민재해 윗선 수사 돌파구…법리 구성 신중
- 박건영 기자
(청주=뉴스1) 박건영 기자 = 지난해 14명이 숨진 충북 청주 오송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검찰이 김영환 충북지사를 비롯한 최고 책임자를 기소할지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인재(人災)로 무게가 실리고 있는 대형 참사의 책임 규명 끝에 최고 책임자를 기소하지 않자니 유족과 야당의 반발이 부담이고, 기소하자니 판례가 전무한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의 유죄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단체장을 비롯한 최고 책임자의 사법처리 여부가 지역사회 초미의 관심사인 가운데 검찰이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주지검 오송참사 수사본부는 현재 참사와 관련한 전반적인 수사를 마무리하고 '윗선'의 책임 여부를 가려내는 데 수사 역량을 총결집하고 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지난해 7월 미호천교 임시제방이 무너지면서 범람한 강물이 궁평2지하차도를 덮쳐 14명을 숨지게 한 사고다.
검찰은 수사를 통해 이번 사고를 부실한 제방 공사와 관계기관의 안일한 대응에서 비롯된 인재로 규정하고, 이날까지 관련자 32명을 재판에 넘겼다.
관건은 최고 책임자에게도 형사책임을 지울 수 있느냐다. 사고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성립되는 중간관리자 또는 일선 실무자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을 넘어 기관 업무를 총괄하는 총책임자에게까지 형사책임을 묻는 게 가능하냐는 것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와 2022년 이태원 참사 등 앞선 대형 참사의 경우 최고 책임자들이 형사책임을 지지 않았다. 오송 참사와 유사한 2020년 부산 초량지하차도 침수 사고 때에도 중간 관리자급 공무원들이 대거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이들 사고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전 발생했거나 구성요건을 갖추지 못해 법률 의율 대상이 아니었다는 점은 오송 참사와 다른 점이다.
피고인의 주의의무와 사고의 인과관계에 엄격한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와 달리 중처법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한 경영 책임자의 책임을 무겁게 묻고 있어 유죄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이런 이유로 청주지검 수사본부는 중대재해처벌법을 통해 '윗선' 수사의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대시민재해와 관련한 판례가 전무한 데다 비슷한 사례조차 없는 고난도 수사라는 점이 검찰에게는 부담이다. 새로운 판례를 확립한다는 각오로 법리 구성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만큼 상당한 시간도 소요될 수 밖에 없다.
지난해 4월 발생한 경기 분당 정자교 붕괴 사고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도 신상진 성남시장을 중대시민재해 혐의로 입건했을 뿐 아직까지 결론을 짓지 못한 상태다.
검찰 수사본부 역시 김영환 충북지사, 이범석 청주시장, 이상래 전 행복청장, 서재환 전 금호건설 대표이사 등 최고 경영자와 사고 간의 연관성을 찾는 데 몰두하고 있다.
증거 수집을 마치는 대로 조만간 이들에 대한 소환조사를 시작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최고 책임자에게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어려울 것이라는 중론 속에 과연 검찰이 형사 책임을 지울 수 있을지가 관심사"라며 "수사 결과에 따라 지역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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