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두고 김영환 지사-충북 의료계 신경전
충북도, 전국 최대 규모 의대 증원 이후 건의사항 청취 간담회
- 박건영 기자
(청주=뉴스1) 박건영 기자 = 전국 최대 규모의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한 충북대학교 의대 교수들을 달래기 위해 충북도가 마련한 회의에서 김영환 지사와 교수들이 날 선 신경전을 벌였다.
충북도는 25일 오후 도청 여는마당에서 충북대병원·의대 비상대책위원회 교수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지난 20일 충북대학교 의과대학 정원이 기존 49명에서 200명으로 전국 최대 규모의 증원폭으로 늘어난 이후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을 우려한 충북도가 의료계의 건의사항을 듣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의대 교수들은 이날도 정부가 의대 증원을 철회하지 않으면 병원을 떠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고, 김 지사는 의대 증원은 의료 서비스가 열악한 충북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것이라며 사직서 제출을 재고해달라고 설득했다.
김 지사는 "일반 의사는 아니지만 치과의사로 의학 교육을 받아본 경험이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의대 증원 전)이 비정상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의대 증원은 충북의 정당한 권리이자 아주 긴급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충주·제천·단양에서는 치료를 받으면 살 수 있는 환자들이 죽어나가고 있고, 보은·괴산에는 소아과와 산부인과를 찾아볼 수가 없다"며 "필수의료가 공백에 와있는 상황에서 도지사인 저는 당연히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소극적이거나 의사 선생님들의 처지를 생각해 줄 수 없다"고 부연했다.
의대 증원에 따른 인프라 구축을 충북도가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도 약속했다.
하지만 의대 교수들은 "빛 좋은 개살구 같은 소리"라며 과거 김 지사가 병원 측의 산부인과 재정 지원 요구를 거부한 것을 두고 날 선 비판을 했다.
배장환 충북대병원·의대 비대위원장은 "충북의 북부와 남부에서 의료 지표가 나쁜 것은 사실이지만,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는 이를 해결하려는 병원 측의 지원 요청을 무시해왔다"며 "또 지사님이 부임한 이후로도 병원에 추가 지원된 것은 단 한 푼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지사가 "앞으로 필수의료와 의대 증원에 따른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전폭 지원하겠다"고 언급하자, 의대 교수들은 과거 김 지사가 산부인과 재정 지원 요구를 거부한 것을 두고 호통을 쳤다.
배 위원장은 "지금 산모센터에 1년에 2000만~3000만 원 지원해달라는 것도 안해주시는데 그것을 어떻게 믿냐"며 "지금 충북의 산모 3명 중 1명이 타 지역으로 나가게 된 것은 김 지사 책임"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김영환 지사와 충북대 의대 교수들은 이날 회의 내내 서로 간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충북대 의대 비대위는 간담회에 앞서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이날 오전까지 충북대 의과대학 교수 30명과 충북대병원 교수 20~25명 등 모두 50여 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정부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을 유예하겠다고 했지만, 교수들은 의대 증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사직도)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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