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명 아니라 그 이상"…연봉 4억 전문의 모셔온 단양군 호소

김문근 군수 "제발 의대 증원…의사들 반발은 특권의식"
단양주민 "아플 때 마땅한 병원 없어, 농촌에 사는 게 죄"

김문근 충북 단양군수가 군립 보건의료원 운영 방식 연구 결과 주민설명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단양군 제공)2024.2.28/뉴스1

(단양=뉴스1) 이대현 기자 = "2000명이 아니라 그 이상이라도 증원을 갈망한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사단체 간 극한 대립 상황을 두고 김문근 충북 단양군수가 한 소신 발언이다.

전형적인 '의료 사각 지역'으로 꼽히는 충북 단양에서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문근 단양군수는 28일 뉴스1과 만나 "8년간 응급병원 하나 없는 단양에선 지금보다 의사가 더 많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 군수가 이 같은 발언을 한 배경에는 단양군이 처해 있는 열악한 의료 환경 탓에 겪어야 했던 고충이 있다.

얼마 전 단양군은 오는 7월 개원을 앞둔 군립 보건의료원의 원장과 응급의학과 전문의 1명씩을 구하느라 애를 먹었다.

지난해부터 전국 15개 군립 보건의료원 중 최고의 연봉 조건을 내걸고 세 번이나 공고했는데도 지원자가 1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울며 겨자 먹기로 10% 인상한 '연봉 4억2240만 원'에 '아파트 제공'이라는 파격 조건을 내건 4번째 공고에서야 응급의학과 전문의 1명을 겨우 뽑았다. 보건의료원 원장은 임용시험에 유일하게 응한 지원자를 대상으로 서류와 면접을 거쳐 지난 11일 어렵게 채용했다.

보건의료원장은 4급 상당의 개방형 4호 공무원으로 진료에도 참여한다.

오는 7월1일 정식 개원을 앞둔 충북단양군보건의료원 전경.2024.2.28/뉴스1

김 군수는 "재정 여건이 어렵지만 의료복지를 향한 갈증이 워낙 커 감수했다"며 당시 힘들었던 전문의 채용 과정을 토로했다.

그는 "응급 의료 위주인 보건의료원이 개원해도 수술은 못 한다"며 "그간 다양한 경로로 의대 정원 확대를 건의해 왔다"고 털어놨다.

전공의 사직 등 의사단체의 집단행동에 대해선 볼멘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집단 반발 배경에는 '제 밥그릇 챙기기' 속내가 깔렸다는 취지의 비판도 서슴없이 했다.

김 군수는 "의사가 많아지면 수입이 적어지기 때문에 반발하는 것으로 본다"며 "(의사들의 반발은) 결국 특권 의식, 선민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구가 3만 명에 불과한 단양군은 충북에선 물론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의료 사각지대' 지역이다. 응급 대응이 유일하게 가능했던 단양서울병원도 8년 전 없어졌다.

단양군에 따르면 급성 심정지 환자 생존율은 전국 평균의 4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응급의료 서비스에 취약하다.

그런 데다 노인 인구가 전체의 36%에 달하는 초고령사회라 갈수록 의료 및 응급 의료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한다.

초고령화와 낮은 출산율이 겹쳐 인구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단양군이 의대 증원을 지지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환경 때문이다.

김 군수는 "최근 노인 960명을 대상으로 의료분야에 대해 설문했더니 '아플 때 가장 아쉬운 점'으로 42%가 '마땅한 병원이 없다'고 응답했고, '가장 부담이 되는 지출유형'으로는 77%가 '의료비'라고 답했다"며 "농촌지역에 산다는 죄 아닌 죄 때문에 살 목숨이 죽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파격적인 의사 증원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lgija200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