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간첩단' 2년5개월 만에 1심 선고…法 간첩사건에 이례적 판결
간첩 혐의 등 대거 무죄에도 조직원 3명 징역 12년
간첩사건 중 가장 무거운 형량…범죄단체조직죄 최초 인정
- 박건영 기자
(청주=뉴스1) 박건영 기자 =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고 간첩 활동을 했다는 이른바 '청주 간첩단'에 대한 1심 선고가 약 2년5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검찰이 제기한 핵심 공소사실이 대부분 무죄로 인정됐음에도 법원이 우리나라 간첩 사건 중에서 이례적으로 가장 높은 형량을 선고한 판결로 기록됐다.
청주지법 형사11부(김승주 부장판사)는 16일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충북동지회 소속 박모씨(60)와 윤모씨(53), 손모씨(50)에게 각각 징역 1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 했다.
2021년 9월16일 구속 기소된지 883일, 약 2년5개월 만이다.
이날 내려진 형량은 이들에게 적용된 국가보안법 위반(5조 자금수수, 8조 회합·통신)과 범죄단체조직죄의 경합시 법정 최고형인 15년에 가까운 중형이다.
국가기밀 탐지(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간첩 사건 중 가장 높은 형량이 선고된 판결이다.
충북동지회는 간첩사건 중 1심에서 징역 9년으로 가장 무거운 형이 선고됐던 '왕재산 간첩단' 사건보다 형량이 높다.
재판부는 검찰이 박씨 등에게 적용한 간첩죄와 국가보안법 7조(찬양·고무), 9조(편의제공) 등은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도 유죄로 인정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보다 무겁게 처벌했다고 설명했다.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중 최초로 이적단체를 범죄단체로 인정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그동안 법원이 국가보안법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해 적용하려 했던것 때문에 엄정한 양형을 하지 못했던 것 아닌가 생각된다"며 "국가보안법을 무리하게 해석하면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침해하는 것으로, 엄격히 해석해 남용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엄격한 관점에서 해석을 하더라도 이에 어긋나는 경우 양형에 주저함 없이 판단했다"고 했다.
손씨 등 충북동지회 활동가 4명은 2017년 북한 문화교류국 공작원 지령에 따라 지하조직을 결성해 북한과 지령문을 수신·발송하는 등 국가 안보 위해 행위를 한 혐의로 2021년 9월 구속기소됐다.
또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과 회합하고, 공작금 2만 달러를 수수하거나 국내에선 동조자를 포섭하는 행위를 하기도 했다.
이들은 재판에 넘겨진 뒤부터 번갈아 가며 5차례에 걸쳐 재판부 기피신청을 내며 29개월째 1심 재판을 받아왔다.
재판부가 기각한 기피신청을 상급법원에서 심리하는 동안 재판이 멈춘 기간은 약 9개월에 이른다.
재판부와 상급법원의 연이은 기각으로 결국 선고를 피할 수 없게 되자, UN인권고등판무관실에 특별절차를 요구하고, 제3국으로의 망명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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