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관광재단 대표에 '블랙리스트 관여' 박영국씨…의회 반발

시의회 "문체부 1급에서 2급으로 강등…인사 참사"
임원추천위 "철저한 자질검증 했다…기관 이끌 적임자"

최민호 세종시문화관광재단 이사장이 14일 열린 이사회에서 박영국 신임 대표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의결하고 있다. (세종시 제공) / 뉴스1

(세종=뉴스1) 장동열 기자 = 세종시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박영국 전 한예종 사무국장이 선임되자, 세종시의회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15일 세종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는 박 대표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요구했지만 재단은 전날 이사회를 열어 박 대표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의결했다.

이로써 박 전 국장은 오는 20일쯤 시문화관광재단 대표로 임용될 예정이다. 임기는 임용일로부터 2년이고, 1회 연임이 가능하다.

임명동의안 의결 뒤 시의회는 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혐의로 감사원으로부터 징계를 요구받은 전력을 문제 삼고 나섰다.

시의회는 논평을 통해 "박 전 국장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혐의로 감사원으로부터 징계를 요구받은 인물로, 이로 인해 문화체육관광부 1급 실장에서 2급으로 강등됐다"며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을 줄 세우고, 정치 편향을 이유로 낙인찍고,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당시 처분들이 세종시에서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무엇보다 노무현의 도시인 세종시 위상에 걸맞지도 않을뿐더러, 젊은 도시의 눈높이에 한참을 못 미치는 인사"라며 "한마디로 최민호 시장이 벌인 인사 참극"이라고 날을 세웠다.

세종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13일 시의회 1층 대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시 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비판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News1 장동열 기자

반면 임원추천위는 박 전 국장이 국립한글박물관장과 한예종 사무국장,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을 역임해 한글문화도시를 표방하는 세종시의 문화예술·관광 전담기관을 이끌 적임자로 판단했다.

임원추천위는 시의회 추천 3명, 시장 추천 2명, 재단 이사회 추천 2명 등 7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박 전 국장이 35년간 문화예술 분야에 종사한 풍부한 경험과 식견을 바탕으로 재단의 안정적 운영과 함께 지역 예술 발전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자기검증기술서와 서약서를 제출받아 철저한 자질검증을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신임 대표의 블랙리스트 관여 전력이 불거지면서 부실 검증 논란이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이순열 의장은 "세종시 문화예술인뿐만 아니라, 서울 등 각지에서 우려를 금치 못할 것"이라며 "세종시의 자존심은 땅에 떨어졌고, 전국적인 망신을 자초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처사는 세종시 이미지를 실추시킨 역사에 기록될 사안으로, 최민호 시장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며 "앞으로 (집행부와의) 협치는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종시는 인사청문회에 대해서는 '시장 재량' '임원추천위 기능 무색 우려' 등 입장을 밝혔으나 블랙리스트 부분과 관련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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