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아파트 지정됐는데도…"화장실 담배 냄새, 하루하루가 힘들어"

(청주=뉴스1) 임양규 수습기자 = "담배 냄새 때문에 화장실 가는 게 괴로워요."

충북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의 한 금연아파트에 거주하는 정모씨(34)는 담배 냄새 때문에 주민과 갈등을 빚고 있다.

화장실에 갈 때마다 배관을 타고 올라온 담배 냄새가 화장실에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실수로 화장실 문이라도 열고 외출하는 날에는 방 안까지 담배 냄새가 들어와 있어 강제로라도 환기할 수밖에 없다.

날씨가 따뜻할 때는 덜했지만 겨울철에 접어들면서 횟수가 더 잦아졌다.

문제는 공동주택이다 보니 몇 층에서 실내 흡연을 하는지 알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정씨가 '실내 흡연을 자제해달라'는 내용의 글을 공동현관과 엘리베이터에 붙여놔도 소용이 없었다.

관리사무소에 하소연해도 안내방송과 입주민 커뮤니티에 흡연 금지를 부탁하는 공지 사항을 올리는 것 외에 아무런 조치도 받지 못했다.

정씨는 "입주민 커뮤니티에 흡연 문제로 인한 글이 한 달에도 몇 개씩 올라온다"며 "신고도 못 하고 담배 냄새로 하루하루가 힘들다"라고 하소연했다.

흡연으로 주민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은 없다.

실내 흡연이 어디서 이뤄지는지 입증이 쉽지 않고 자택은 사유지에 해당해 단속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4일 청주 각 보건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청주에는 62개 아파트가 금연아파트로 지정돼 있다. 상당구 22개, 서원구 2개, 흥덕구 25개, 청원구 13개다.

금연아파트로 지정되면 복도와 계단, 엘리베이터 등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된다.

청주는 2016년 12월 처음으로 금연아파트 지정이 시작됐지만 8년째에 접어든 지금까지 아파트 내 금연구역의 단속 건수도 0건이다.

과태료를 부과하려면 현장 단속을 해야 하는데 신고가 들어와 나가면 이미 해당 흡연자가 현장에 없기 때문이다.

보건소 관계자는 "금연아파트 내 금연구역의 현장 단속을 나가기도 하지만 주거 공간에 해당하는 실내 흡연은 단속할 권한이 없는 상황"이라며 "흡연자의 시민의식에 맡길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2020부터 2022년까지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층간 담배 냄새 피해 민원은 2020년 2843건, 2021년 5480건, 2022년 5386건이다.

limrg9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