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10대 뉴스] 희망과 슬픔 공존했던 2023
14명 목숨 앗아간 오송참사
정치·교육계, 혼란·갈등 연속
◇오송 지하차도 참사 25명 사상
(청주=뉴스1) 충북종합 = 지난 7월15일 충북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발생한 참사는 전 국민을 안타깝게 했다.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던 날 미호강이 범람하면서 지하차도가 완전히 침수됐고, 그 안에 갇힌 14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2017년 제천 화재 참사 이후 충북에서 발생한 대형 참사였다.
참사의 원인은 관재(官災)였다. 극한호우에도 지하차도가 침수될 것이라는 위험신호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관계기관은 손을 놓고 있었다.
감독기관은 미호강 범람을 막기 위한 임시제방이 부실 시공될 때까지 방치했고, 관계기관은 서로 책임을 미루다 참사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날렸다.
국무조정실은 참사의 원인이 부실한 임시제방이라는 선행 요인에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충북도·청주시·충북경찰청 등 관계기관의 안일한 대응이 더해진 것이라고 보고, 공무원 36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검찰은 수사본부를 꾸린 뒤 6차례의 압수수색과 230여 명에 달하는 관련자 조사 등 전방위 수사를 벌여 참사 160일 만에 미호천교 확장공사 감리단장을 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기약 없이 진행되는 검찰의 수사에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자체 진상규명조사위원회를 발족하고 직접 원인 규명에 나선 상황이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김영환 리스크
김영환 충북지사는 잦은 구설과 각종 논란으로 누구보다 잔인한 한해를 보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강제징용 피해배상 문제와 한일관계 해법 지지를 위해 자신의 SNS에 '나는 기꺼이 친일파가 되겠다'고 적었다. 반어법이라는 해명에도 성난 민심은 달래지지 않았고, 그는 결국 사과했다.
제천 산불 중 술자리 논란도 있다. 술이 아니라 물이라거나, 붉은 얼굴은 햇볕에 그을린 것이라는 변명은 논란을 키웠다.
코드인사와 보은인사로 연일 시끄러웠고, 오송 지하차도 참사 부실대응 문제로 김영환 리스크는 극에 달했다. '현장에 갔어도 달라질 것은 없었다'는 발언은 유가족과 생존자에게 큰 상처가 됐다.
급기야 도지사 임기 1년을 갓 넘긴 시점에 주민소환 위기까지 몰렸다가 재신임 투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무산됐다.
연말에는 지역 폐기물업체와 부적절한 금전거래 의혹까지 불거졌다. 김 지사가 서울 종로구 한옥을 담보로 지역 폐기물업체에게 30억원을 빌렸다는 것. 이 업체는 최근까지 별도 법인을 내세워 산단 내 폐기물 매립장 증설을 추진했고, 충북도 산하기관은 인허가 기관이어서 이해충돌 논란이 빚어졌다.
시민단체는 김 지사를 수뢰와 강제집행면탈,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청주지검에 고발했다.
◇충청권광역철도 청주 도심통과 확정
대전과 세종, 청주를 하나로 잇는 충청권광역철도 노선이 확정됐다.
충청권광역철도는 2021년 국토교통부 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됐으나 노선은 확정하지 못했다.
오송역과 청주국제공항을 연결하는 구간이 문제였다. 충북은 청주 도심을 통과하는 노선을 요구했고, 국토부는 기존 충북선을 활용안과 경제성을 따져 노선을 확정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두해가 지나도록 노선이 확정되지 않자 우려 섞인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올해 6월 충북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이 청주도심을 통과하는 충청권광역철도 건설과 관련한 긍정 시그널을 내놓은 뒤에야 사업은 속도감 있게 추진됐다.
국토부는 이틀 뒤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광역철도 노선을 확정해 기획재정부에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으로 신청했다.
기재부는 10월 이 사업을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 사업으로 선정했다. 예타를 통과하면 본격 사업에 착수하게 된다.
광역철도는 대전 반석역을 시작으로 세종을 거쳐 청주공항까지 교통수요를 처리하기 위한 대형 사업이다.
충청권을 하나의 광역생활경제권으로 묶을 수 있는 사업인 만큼 각 시도는 광역철도 건설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해 왔다.
◇중부내륙특별법 국회 통과
각종 규제에 묶인 충북지역 산, 호수, 하천 등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도록 특례사항을 담은 '중부내륙연계발전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현재 법안은 정부로 이송돼 공포를 앞두고 있고, 공포 후 6개월 후부터 시행된다.
법을 시행하면 수자원보호구역으로 불이익을 받던 대청호, 충주호 등의 수변지역 개발도 일정 부분 가능해진다.
하지만 충북에서 필요한 핵심 사항은 법안에서 삭제·의결돼 이를 개정한 것이 숙제다.
애초 원안에 있던 '예비타당성조사 실시에 관한 특례' '중부내륙연계발전지역에 대한 국가의 재정지원' '토지 등의 수용·사용' 등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삭제됐다.
'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등에 관한 특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관한 특례' 조항도 수정됐다.
김영환 지사는 "내년 1월부터 미반영 조항을 포함한 개정안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청주시의원 무더기 입건
청주시의회가 민선7기 수립한 신청사 건립 계획을 민선8기 전면 백지화하면서 적잖은 내분을 겪었다.
애초 시청 본관동을 존치하고 이를 중심으로 신청사를 건립하려 했으나 이범석 시장은 효율성을 따져 철거 쪽으로 수정하면서 의원 간 격돌이 일었다.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은 지난해 12월20일 열린 단발 임시회 때 본관동 철거 비용이 담긴 기금운용계획안을 부결하려고 동료 의원 1명을 상임위원회 사무실에 가뒀다.
당시 본관동 철거에 찬성하는 국민의힘 의원과 이를 반대하는 민주당 의원은 각 21명 동수였다. 이 중 민주당 의원 1명이 본회의에서 찬성표를 던지려하자 이를 막기 위해 해당 의원을 사무실에서 못 나오도록 했다.
본관동 철기 비용은 본회의를 가까스로 통과했으나 등원을 저지당한 해당 의원은 여기에 가담한 민주당 의원 11명을 감금과 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이 중 9명이 지난 11월 폭행을 제외한 감금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충북교육청 단재교육연수원 블랙리스트 의혹 논란
김상열 전 단재교육연수원장이 지난 1월 충북도교육청의 단재교육연수원 연수 강사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하면서 충북교육계가 들썩였다.
김 전 원장은 지난 1월 초 자신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dp 충북도교육청이 단재교육연수원의 특정 강사를 베제시키고, 특정 강좌를 제외하도록 하는 내용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내려보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후 진보·보수 진영 시민단체와 교육단체가 서로 상대 진영 관계자를 경찰에 고발하는 등 갈등이 첨예했다.
하지만, 수사를 진행한 경찰은 보수·진보 시민단체의 고발 사건에 대해 모두 '혐의 없음' 처분하면서 '의혹'의 실체가 없는 것으로 결론냈다.
경찰은 충북교육청 감사 결과 보고서, 명단 작성 경위·작성 과정 등을 토대로 수사를 벌인 결과 충북교육청이 단재교육연수원에 보낸 300여 명의 특정 강사가 담긴 명단은 블랙리스트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블랙리스트 의혹이 국회 국정감사의 쟁점이 되고, '충북교육청 블랙리스트 사태 해결을 위한 연석회의'가 진상규명과 엄중 처벌, 조사를 통한 블랙리스트 명단 공개를 여전히 요구하고 있어 상황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충북대-한국교통대 통합 추진
충북대와 교통대가 통합을 전제로 지난달 교육부의 글로컬대학30 사업에 선정됐다.
글로컬대학30은 교육부가 대학 혁신을 주도하는 대학에 5년간 1000억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그런데, 통합에 충북대 학생들이 반대하고 있고, 교통대가 있는 충주에서는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충북대는 지난 9월 통합 찬반투표에서 학생의 87.4%가 반대했다. 총학생회도 통합으로 인한 교명 변경과 동일 졸업장 교부, 캠퍼스 재배치 등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아내겠다는 각오다.
충주 지역사회는 충북대가 있는 청주와 교통대가 있는 충주는 정주 여건 등에서 차이가 커 빨대효과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학령 인구가 줄면 충주캠퍼스부터 교육 생태계에서 사라질 것이라 예상했다.
충주에서는 통합으로 얻는 이익은 거점대학인 충북대가 가질 게 뻔하다며 통합 이행 조건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충북대 학생들의 강한 반대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정감사에서도 양 대학 통합에 구성원 간 이견이 있다며 통합 추진에 충분한 의견 반영을 주문하기도 했다.
양 대학은 내년 11월까지 교육부에 통합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괴산댐 월류 등 집중호우 피해
충북은 올해 여름 집중호우로 14명이 숨진 '오송 지하차도 참사' 말고도 곳곳이 수마가 할퀸 깊은 상처로 신음했다.
지난 7월13일부터 18일까지 충북에는 청주 529.5㎜, 괴산 445㎜, 증평 403.5㎜를 비롯해 엿새간 평균 392㎜ 장맛비가 쏟아졌다.
특히 괴산은 7월15일 하루에만 203㎜의 폭우가 퍼부으며 괴산댐 월류와 달천강 범람으로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재산 피해만 430억원이 넘었다.
청주도 316억원의 피해가 발생하는 등 충북은 엿새간 비로 2011억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17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치는 안타까운 인명 피해도 이어졌다.
괴산과 청주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데 이어 충주, 제천, 단양이 추가로 지정되는 등 집중호우 피해가 극심했다.
또 이들 5개 시군 외에 읍면 단위로 보은 회인면, 증평 증평읍·도안면, 음성 음성읍·소이면·원남면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기도 했다.
◇전국 첫 의료비후불제 시행
충북형 의료비후불제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행됐다.
김영환 충북지사의 주요 공약인 의료비 후불제는 의료비후불제는 목돈 지출 부담으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을 대신해 도가 의료비를 대납하고, 환자는 무이자로 분할 상환하는 선순환적 의료복지제도다.
1인당 300만원까지 지원하며 최대 3년간 무이자로 분할상환하면 된다.
시행 초기 대상 질병은 임플란트와 인공관철, 척추, 심뇌혈관 등 6개 질환이었다. 신청 대상은 도내 거주 만 65세 이상 국민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보훈대상자, 장애인 등이다.
이후 대상자를 65세 이상 도민과 전연령 기초생활 수급자 등으로 확대했다. 대상 질환도 치아교정과 산부인과, 암, 소화기, 호흡기, 골절, 비뇨기, 안과 등 14개 항목으로 늘렸다.
12월 기준 의료비후불제 이용자는 400명이 넘는다.
도는 성형이나 미용을 제외한 대상 질환을 더 확대할 계획이다.
◇'선거법 위반·자진사퇴' 충북 기초의원 4명 직 잃어
올해 충북 기초의원 4명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직을 잃거나, 일신상의 이유로 돌연 사직했다.
박정희 전 청주시의원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박 전 의원은 지난해 2월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선거구민에게 음식물을 제공해 재판에 넘겨졌다.
대법원이 박 전 의원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250만원이 확정됐다.
이영순 전 제천시의원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최근 의원직을 잃었다. 그는 지난해 6월 선거구 주민에게 찬조금 명목의 돈 봉투를 건네 벌금 150만원 확정 판결을 받았다.
장옥자 전 괴산군의원도 지난해 5월 선거구 내 교회 1곳에 30만원을 기부하고 지지를 호소했다가 당선무효형이 확정됐다. 벌금은 200만원이다.
공직선거법상 선출직 공직자가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확정받으면 당선 무효된다.
일신상의 이유로 돌연 사직한 청주시의원도 있었다. 한재학 전 의원은 지난 10월 의원직을 사퇴하고 민주당 충북도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표면적인 사퇴 사유는 개인적인 사정이었으나 김시진 상당구 청년위원장도 함께 은퇴 선언을 하면서 각종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들의 지역구 재보궐선거는 내년 4월 총선과 함께 치러진다.
vin0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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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2023년 계묘년(癸卯年)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부푼 희망을 안고 시작한 올해를 뒤돌아보면 참으로 고된 시간이었다. 코로나19라는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 맞닥뜨린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전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다.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2023년을 10대 뉴스로 되돌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