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걸음 못 뗀 '청주오송역·오창 청년 임대주택'[결산 2023]

오송역 개명 국가철도공단 1차 검토 잠정 보류
오창 청년 임대주택 사업성 열악 경영투자심의 지체

편집자주 ...2023 계묘년이 벌써 끝자락이다.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일상을 회복하면서 기대가 컸던 한 해였다. 올해의 성과와 해 넘기는 충북의 현안을 짚어 본다.

청주 KTX오송역.

(청주=뉴스1) 박재원 기자 = KTX오송역을 '청주오송역'으로 변경하는 이범석 청주시장의 공약이 올해 실현되지 못했다.

청년들에게 일자리 연계형 임대주택을 보급하겠다던 약속 역시 올해는 별다른 성과가 없다.

시는 지난해 민선8기 출범과 동시에 오송역 명칭 변경을 위한 주민 의견 수렴과 여론조사를 했다. 오송읍 지명을 사용한 역명에 대한 인지도가 낮고, 청주의 도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청주시민 1003명과 전국 철도이용객 1000명 총 2003명을 대상으로 한 명칭 변경 여론조사에서 시민 78.1%와 철도이용객 63.7%가 개명에 찬성했다. 시 오송역 명칭변경 지명위원회도 개명안을 의결했고, 시의회는 명칭 변경 촉구 결의문을 채택했다.

시는 이를 종합해 지난 1월18일 국가철도공단에 오송역 개명 신청서를 제출했다. 명칭 변경은 국가철도공단 1차 검토, 국토교통부 2차 검토, 국토부 역명심의위원회 의결 과정으로 진행된다.

시는 6~7월 중 역명심의위원회가 열려 개명을 승인하면 늦어도 내년 3월에는 청주오송역을 명칭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개명 작업은 국가철도공단 검토 단계에서 멈췄다.

오송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만든 '오송주민모임'은 불필요한 낭비, 세종역 신설 빌미 제공, 오송 브랜드 가치 하락, 시 여론조사 조작·왜곡 등을 주장하며 국가철도공단에 개명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국가철도공단은 반대 여론을 의식해 시에 의견 조율을 요구하라며 검토를 잠정 보류했다. 반대 여론을 설득하지 못하면 개명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시 관계자는 "반대 측과 대화를 이어가며 설득하겠다"라며 "협의가 이뤄지면 철도공단에 이를 반영한 보안서를 제출하겠다"라고 했다.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창리 오창2산업단지 청년 일자리 연계형 지원 주택 예정지.

'청년 일자리 연계형 지원 주택 사업'도 크게 진척이 없다.

시와 LH충북본부는 청원구 오창읍 창리 오창2산업단지 시유지 2만7000㎡ 중 7000㎡ 용지에 청년 일자리 연계형 임대주택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애초 양 기관은 2020년 12월 국토교통부의 공모사업에 선정된 뒤 양청리 오창산업단지 시유지(3300㎡)에 사무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공임대 주택 200채를 짓기로 했지만, 사업성 문제가 제기됐다.

민선8기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장소를 창리 2산단으로 변경했고 사업방식도 시유지 무상임대에서 매각으로, 사업 규모는 200채에서 240채로 확장하기로 합의했다. LH충북본부는 이를 조건으로 올해 2월 사업대상지를 확정했다.

사업은 LH본사의 토지 경영투자심의와 주택 사업경영투자심사, 국토교통부 승인, 착공 절차로 진행된다. 현재는 첫 관문인 토지 경영투자심의에 머물러 있다.

공익성, 비용대비 편익, 미래가치 등 여러 가지 경제성을 따져 산정한 적자비율이 –51.1%을 초과하면 경영투자심의를 통과하기 어렵다. 오창 청년 일자리 주택은 사업성 분석에서 이를 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열악한 사업성을 보완하기 위해 LH본사와 충북본부 간 사업계획을 놓고 조율하는 과정에 있어 시간이 지체되는 것이다.

양 기관이 2021년 사업 추진을 논의할 당시 총사업비는 268억원에 달했으나 1년 정도 지난 지난해 12월 기준 사업비는 478억원으로 1.8배 증가했다.

원자재·인건비 상승을 고려하면 적자비율은 시간과 비례해 오창 청년 일자리 주택 사업은 더욱 불리해 질 수 있다.

시 관계자는 "LH 재무안정성 내부 사정으로 전국 모든 공공주택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라며 "국토부를 비롯해 LH 측에 빠른 검토를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다"라고 했다.

청주시 2023년 10대 주요 성과.

이 두 가지 사업 속도가 떨어진다고 다른 분야 역시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올해 내세울만한 성과가 풍성하다.

우선 도시경쟁력을 높이는 대규모 국책사업을 잇따라 유치했다. 오송에 국가철도클러스터, 봉명동 농수산물도매시장 도시재생 혁신지구, 분평2지구 국토교통부 신규 택지개발이 대표적이다.

재미있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이 시장의 공약 첫 단추라고 불리는 1000억원 규모의 낭성면 코베아 캠핑랜드 유치도 대표적인 성과다.

신청사 건립도 설계공모를 통해 지난 15일 효율성과 경제성을 높인 '아키이빙 시티'를 선정하면서 착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기존 'T'자형 중심의 비효율적인 시내버스 노선을 17년 만에 지선·간선 중심의 효율적인 노선으로 전면 개편했다. 전국에서 두 번째로 대형마트 의무 휴업을 평일로 변경했고, 소상공인의 재도약을 위한 '청주형 E-커머스 플랫폼' 구축, 차별화된 지역화폐 활성화 전략 등도 성과로 꼽힌다.

이범석 시장은 "모든 성과는 88만 시민 여러분이 함께해 주신 덕분이며, 내년 새해화두로 정한 '마부정제'(馬不停蹄) 의미대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정진하겠다"고 했다.

ppjjww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