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매논란 일일찻집·바자, 제천교육지원청 각 학교에 "도와줘라"

학교 홈페이지에 버젓이 판매물품 홍보
강요 의혹 논란…모금 행태 개선 필요

제천시내 한 학교가 제천시교육청으로 물품판매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받아 학교 자체 홈페이지에 게재한 내용

(제천=뉴스1) 조영석 기자 = 충북 제천시학교부모연합회의 일일찻집과 바자 물품 강요 논란과 관련, 이를 지도 감독해야 할 제천교육지원청이 오히려 바자를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천시학교학부모연합회(이하 연합회)는 오는 23일 난치병 학생과 불우청소년을 돕기위한 일일찻집과 바자를 개최한다.(뉴스1 2023년11월9일자 보도 참조)

하지만, 연합회가 지역 45개 초·중·고교의 학부모에게 일일찻집 티켓과 바자에서 판매할 물품을 강요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문제가 됐다.

연합회는 각급 학교의 학부모에게 일정량의 티켓을 할당하고 자체 제작하는 책자에 광고를 게재하도록 요구했다. 일정금액 이상 기부하면 발간하는 책자에 홍보해주겠다며 학부모 간 경쟁도 유도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연합회 학부모들에게 티켓을 강제로 판매하거나 바자물품 기부를 요청하기는 했지만. 강요하지는 않았다"라며 "티켓은 판매하지 못하면 반납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충북도교육청과 제천교육지원청은 학부모로에게 일정 금액을 할당해 조성하는 불법 찬조금 모금과 관련한 사례 발생 시 학교장 등이 처분받을 수 있고, 학교도 불이익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학교학부모회에서는 금전이나 향응 등 재정적 부담을 주지 않고 일일 찻집 운영 회비 및 기타 회부 납부 등을 요구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연합회 측이 강요하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학부모 입장에서는 강요나 부담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자발적 모금 형식이 있는데도 많은 비용을 들여 티켓이나 바자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특히 이런 형태의 찬조금 모금 근절을 위한 기준이 마련돼 있는데도 제천교육지원청은 관할 학교에 정식 공문을 통해 연합회에서 추진하는 일일찻집과 바자 물품 구매 또는 행사 참여를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행위에 앞장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제천시학교학부모연합회는 제천교육지원청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임의단체"라며 "좋은 취지에서 행사를 추진하고 있어 각 학교에 홍보를 당부하는 공문을 보냈다"라고 말했다.

제천교육지원청은 연합회 측이 사전 동의도 없이 '후원' 명칭을 임의로 사용해 홍보물에 게재했는데도 현재까지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고 있다.

한 중학교 교사는 "제천교육지원청의 협조 공문으로 학교 홈페이지에 바자에서 판매하는 물품을 소개하고, 일일찻집을 안내하는 홍보물을 게재했다"라며 "내용을 확인한 결과 학교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것은 부적절했다"고 설명했다.

충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일일찻집 티켓이나 바자물품 기부 강요행위는 불법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일일찻집과 바자를 개최하는 장소 대관료도 논란이다.

연합회가 지난해 일일찻집과 바자를 통해 거둔 성금 8000여만원 가운데 절반인 4000만원 정도를 경비로 지출해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올해는 바자 개최 장소의 대관료가 1000여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행사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다.

한 학부모는 "보여주는 행사보다는 실질적으로 학생들에게 혜택이 가도록 해야 하며 강요는 없었다 하더라도 이를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강요나 부담으로 느낄 수 밖에 없다"라며 "학부모들에게 부담을 주는 형식적인 행사는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티켓 판매와 물품 기부를 강요한 적이 없으며 각급 학교 학부모들에게 자율적으로 판매와 기부를 부탁했다"라며 "행사를 하다보니 불필요한 지출에 대해서는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제천교육지원청에 확인할 결과 제천시학교학부모연합회가 교육청 관리 단체가 아니어서 불법찬조금 제한 단체에 속하지 않아 행사를 진행해도 된다는 설명을 들었다"라며 "지난해 야외에서 행사를 하다보니 여러 불편 사항이 발생해 실내에서 진행하게 됐으며 대관료는 평소 비용의 68% 할인한 금액으로 계약했다"고 밝혔다.

choys229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