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니까 편해" 키오스크 활용법 배우는 60~80대 노인들

무인 키오스크·노트북·디제이까지…복지관 내 IT ZONE서 교육
혼자 인터넷으로 예약해 여행 다녀…젊은 세대 못지 않아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가경노인복지관 내 IT ZONE에서 노인들이 키오스크로 커피를 주문하고 있다.2023.10.02./뉴스1

(청주=뉴스1) 박건영 기자 = "얼마나 편한지 몰라. 진작 배울걸 그랬어."

지난달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가경노인복지관.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들이 키오스크(무인 단말기)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키오스크를 한참 바라보던 이모씨(71·여)가 손가락을 터치스크린에 꾸물꾸물 가져다 댔다. 혼자 힘으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하는 데 걸린 시간은 1분 남짓.

주문이 끝나자, 옆에 있는 노인들로부터 부러움이 가득 담긴 칭찬 세례가 쏟아졌다.

이씨는 "이제 단순한 키오스크는 다룰 수 있다"며 "조금 더 연습해서 고난도 키오스크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씨를 비롯한 60~80대 노인들은 복지관 내 'IT ZONE'에서 디지털 기기의 활용법을 익히는 데 시간을 보냈다.

기차표 예매, 음식점, 카페 등 다양한 상황을 선택해 주문하는 과정을 체험했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가경노인복지관 내 IT ZONE에서 노인이 키오스크로 커피를 주문하고 있다.2023.10.02./뉴스1

안경을 위로 올리고 얼굴을 가까이 가져대거나 사용법을 적어놓은 종이를 주섬주섬 꺼내보는 등 저마다의 방법으로 낯선 기계와 사투를 벌였다.

기기를 사용할 줄을 몰라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는 노인들이 대다수였지만, 젊은이 못지 않게 기기를 다루는 이들도 있었다.

김덕선씨(67)는 "평소 키오스크만 있는 가게는 갈 엄두조차 못 낸다"며 "기계 앞에만 서면 겁이 덜컥 나고, 다룰 줄 모르는 자신이 너무 답답해서 매일같이 나와 사용법을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희씨(65·여)는 "원래 키오스크는 커녕 휴대전화로 사진 찍는법도 몰랐는데, 조금씩 배우면서 최근엔 도움 없이 인터넷으로 교통편, 숙소, 맛집 등을 찾아 친구들과 여행까지 다닐 정도가 됐다"며 "조금 익숙해지니 자신감도 생기고, 일상생활이 무척 편리해졌다"고 했다.

노인들은 이곳에서 키오스크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과 PC, 디제이 기계를 다루는 방법까지 교육받았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가경노인복지관 내 IT ZONE에서 노인들이 PC 사용법을 교육받고 있다..2023.10.02./뉴스1

스마트상담소 대학봉사단 서연희씨(23·여)는 "스마트폰이나 키오스크를 사용할 줄 몰라 답답해하시는 어르신들이 고충을 토로하며 배우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며 "대다수 어르신들은 사용법을 가르쳐 드려도 익숙치 않아 금세 잊어버린다"고 설명했다.

복지관 안에 마련된 IT ZONE은 SK하이닉스의 지원을 받아 조성됐다. 고령사회 시대 노인들의 정보소외 문제를 해소하는 데 기여하기 위해 마련된 곳이다.

올해 상반기 가경노인복지관에 개소한데 이어 하반기에는 서원노인복지관에 'ICT해피에이징'을 문을 연다.

pupuman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