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들 덕분에 차례 지낼 수 있어 다행"…'하천 범람' 괴산 원이담마을의 추석맞이

전체 57가구 가운데 29가구 '완전 침수' 피해
복구작전 군인들 덕에 다시 되찾은 일상·평안

일상을 되찾은 충북 괴산 원이담마을 할머니들이 경로당에서 화투를 즐기며 여류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2023.9.28/뉴스1

(괴산=뉴스1) 엄기찬 기자 = "차례라도 지낼 수 있고 이렇게 화투도 치면서 웃고 떠들 수 있는 게 얼마나 다행이야. 군인들 아니었으면 생각도 못 했을 일이지 뭐."

추석 밑에 찾아간 충북 괴산군 감물면 이담리 원이담마을 경로당에서는 70~80대 할머니 네다섯 명이 화투를 치며 점수를 따지느라 한창 옥신각신이다.

지난 여름 엄청났던 집중호우로 하천이 범람하면서 큰 피해를 본 마을인가 싶을 정도로 한껏 여유롭고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원이담마을은 지난 7월 사나흘간 500㎜에 가까운 폭우로 피해가 컸던 곳이다. 충북의 최대 수해 지역 가운데 한 곳일 정도로 피해는 컸다.

특히 지난 7월15일 하루에만 200㎜ 이상의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마을 옆을 흐르는 달천이 범람해 곳곳이 물에 잠겼다.

며칠간 억수같이 퍼붓는 폭우에 상류의 괴산댐이 월류하고, 하류의 달천이 수십m 높이의 제방을 넘어 마을을 덮친 것이다.

충북 괴산 원이담마을 옆을 흐르는 달천 제방.2023.9.28/뉴스1

원이담마을 57가구 가운데 지대가 낮은 곳의 29가구는 완전히 침수됐다. 나머지 가구도 정도는 다르지만 주택 일부가 침수되는 피해를 봤다.

이곳 노인회장인 안광섭 할아버지(75)는 "제방이 37~38m는 족히 될 텐데 저게 넘을 정도였다"며 지난여름 마을 옆 하천 달천이 범람할 당시를 전했다.

그러면서 "꽤 높은 데 있는 경로당이 사람 무릎까지 잠길 정도로 물이 들이찼다. 낮은 데 있는 집들은 죄다 잠기고 형편없었다"고 말했다.

그나마 불어난 물이 덮치기 전에 홍수경보와 함께 주민 대피령이 내려지는 바람에 마을 사람 모두가 몸을 피하면서 인명 피해는 없었다.

면사무소로 몸을 피해 꼬박 하루를 보낸 뒤 비가 그치고 다시 돌아온 마을은 성한 곳이 거의 없었다. 말 그대로 쑥대밭이었다.

진흙투성이로 변한 논과 밭, 벽체가 허물어져 기둥과 지붕만 남아 덩그러니 놓인 집을 마주하는 순간은 참담함 그 자체였다.

김순희 할머니(74)는 "집이 오래된 구옥이라 지붕이랑 기둥만 남아 있었다. 건질 게 아무것도 없어 말도 안 나왔다"며 참담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군인들이 도와주지 않았으면 치울(복구) 엄두도 못 했을 텐데 정말 고맙고 너무 고생한 것 같아 미안하다"며 연신 고마움을 전했다.

김 할머니와 비슷한 피해를 봤던 이종례(86)·안명자(78)·박복이(73) 할머니도 지난 여름 복구작업에 나섰던 군인들의 고마움에 입을 모았다.

피해가 극심했던 원이담마을은 37사단 장병들이 펼친 일사불란한 복구작전 덕에 폭우가 남긴 상처를 걷어 내고 2개월이 지난 지금은 다시 일상을 되찾았다.

김 할머니 또한 얼마 전에 기둥과 지붕만 남은 집을 헐고 새집을 지어 참담했던 지난 여름의 시름을 묻고 평안한 추석을 맞을 수 있게 됐다.

지난 7월 집중호우로 큰 피해가 났던 충북 괴산 원이담마을의 복구작업 모습.(원이담마을 안광섭씨 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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