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시작된 불…여름철 자연발화 주의보

5년간 충북 화학적·자연적 발화 196건…23명 사상·재산피해 124억
주로 폐기물 처리장서 발생… 일상에서도 발생 '주의'

지난 23일 충주 주덕읍 쓰레기처리공장 화재 모습. /뉴스1

(청주=뉴스1) 박건영 기자 = 올해 예년보다 뜨거운 더위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화재요인 없이 스스로 연소하는 자연발화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

25일 충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2022년) 도내에서 화학적·자연적 발화열에 의한 발화는 모두 196건이다. 이 불로 1명이 숨지고 22명이 다쳤다. 소방서 추산 124억7500여만원의 재산 피해도 발생했다.

자연발화는 외부적으로 불씨 없이 스스로 불이 나는 현상이다. 자체적인 열 축적이나 화학적 요인으로 외부의 도움을 받지 않고 가연물 온도가 상승해 화재가 나는 것을 말한다.

주로 쓰레기 매립장이나 폐기물 처리 시설 등에서 자주 발생한다.

지난 23일 오전 0시50분쯤 충북 충주시 주덕읍 삼청리 폐기물처리공장에서 난 화재 원인도 자연발화로 추정되고 있다. 쓰레기 더미 속 물체가 장시간 축적하고 있던 열이 발화점까지 올라 불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자연발화는 습도가 높거나 온도가 높은 환경에서 발생할 확률이 높다. 낮 동안 태양광선이나 복사열 등으로부터 축적한 열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수분이나 습도가 높으면 열이 빠져나가지 못해 자연발화 가능성이 커진다.

이 때문에 햇빛이 강하고 비가 잦은 여름철에 자연발화가 비교적 자주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자연발화는 감지가 어렵기 때문에 사전 방지대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불씨 없이 장시간 축적된 열이 발화점을 넘으면서 발생하는 불인 만큼 불꽃이 오른 뒤에야 확인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자연발화는 주로 폐기물 처리시설과 자원순환시설 등에서 발생한다"며 "자연발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폐기물을 비나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는 실내에 보관해야 하고, 통풍될 수 있도록 다공성 선반에 보관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 News1 DB

자연발화는 폐기물 처리시설이 아닌 일상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특정 환경만 조성되면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도 불이 붙는다.

지난 21일 오후 6시54분쯤 충북 음성군 금왕읍 한 단독주택에서 자연발화로 추정되는 불이 났는데, 소방당국은 이날 강하게 내리쬔 햇빛에 의해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화재조사관이 주택 마당에 설치된 CCTV를 확인한 결과 오후 1시30분쯤부터 마당에 놓인 장독대 아래에 깔린 야자 매트에서 연기가 피어올라 오후 6시30분쯤 불이 시작됐다. 당시 이 지역 기온은 25도였다.

소방당국은 창문에 달린 구슬발이 돋보기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당시 전기적 요인이나 불씨 등 불이 날 수 있는 다른 요인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주택 유리창에 달린 구슬발이 창문에 반사된 햇빛을 집중시키는 일종의 돋보기 역할을 해 야자 매트에 불이 붙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야자 매트 한 곳에 구슬발로 집중된 열이 가해지면서 훈소 상태가 됐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실제 햇빛, 낙뢰 등 자연적 발화에 의한 자연발화는 최근 5년간 도내에서 평균 5건씩 발생했다. 기록적인 폭염이 있던 2018년에 난 자연적 발화열에 의한 화재는 5년 전체 중 37%를 차지한다.

특히 올해 여름철(6~8월)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비교적 자연발화에 대한 위험성이 커 주의가 요구된다.

소방 관계자는 "자연발화 화재는 자주 발생하지는 않지만 가연물, 산소, 점화원 등 화재 요건이 갖춰지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며 "일상생활 속에서는 햇빛을 장시간 동안 한곳에 집중시킬 수 있는 매개체를 유의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pupuman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