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점검]'천년고목' 고집한 영동군…비리 의혹 수사 막바지
박세복 전 군수 비롯 피의자 9명 '고의성 입증' 관건
충북경찰청, 법리 검토 후 조만간 검찰 송치 예정
- 박건영 기자
(청주=뉴스1) 박건영 기자 = 충북 영동군 레인보우 힐링 관광지 조경수 비리 의혹 경찰 수사가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다.
경찰은 박세복 전 영동군수와 공무원들이 영동군에 손해를 끼칠 것을 알고도 조경수를 터무니없는 가격에 구입한 것인지 '고의성' 입증에 집중하고 있다.
충북경찰청 반부패경죄범죄수사대는 영동군 조경수 비리 수사를 조만간 마무리하고 해당 의혹에 연루된 9명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현재 박 전 군수와 사업을 담당했던 공무원, 조경업자들이 받고 있는 혐의는 업무상 배임과 허위공문서 작성, 위계공무집행방해 등이다.
군은 애초 2020년 감정평가 결과를 토대로 '벼락 맞은 천년 느티나무' 등 조경수 5그루를 1억1900만원에 구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조경업자가 30억원을 요구하자 군은 재감정을 거쳐 느티나무를 포함해 145그루의 조경수와 조경석 등을 20억여원에 매입하기로 했다.
군은 순환도로 확장공사비를 10억원 부풀려 의회를 속인 뒤 이 중 9억9000만원을 조경수 구입 등에 사용하고, 잔액은 추후 지급하기로 했다.
경찰은 이들이 가격산출 근거가 제시되지 않은 감정평가를 거쳐 비싼 값에 조경수를 구매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군의회에 예산 승인을 받기 위해 문서를 허위로 꾸며 작성해 의회와 군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판단해 이 같은 혐의로 입건해 조사를 벌여왔다.
경찰은 이들의 고의성 입증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배임과 허위공문서작성죄가 성립하려면 핵심 구성 요건인 고의성이 입증돼야 한다.
군의회를 속여 예산을 확보하고, 계약 관련 문서를 허위로 작성하면서까지 특정 업체의 '천년 느티나무' 구매를 고집한 이유에 고의성이 있었는지를 규명하는 게 관건이다.
반면 의혹에 연루된 공무원들은 레인보우 힐링관광지 활성화를 위한 상징물로 쓰기 위해 천년 느티나무를 구매하려 했을 뿐 고의성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군의회를 속여 부풀린 순환도로 공사 사업비에 조경수 구입 예산을 포함한 것도 가능한 일이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감사원이 목적 외 용도로 경비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지방재정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한 것과 상반된 주장이다.
경찰은 이들의 주장에 거짓은 없는지, 업체에게 특혜를 제공해 이득을 챙겨주려고 한 것인지 등에 방점을 두고 수사해 왔다.
수개월간의 수사 끝에 한 퇴직 공무원이 조경수 업체로부터 금품을 넘겨받아 로비를 목적으로 군의원에게 전달하려다 실패한 정황을 포착하는 등 혐의를 입증할 만한 일부 증거와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금까지의 수사 내용을 토대로 적용 법률을 검토한 뒤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다만 의혹에 연루된 9명이 전부 고의성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미지수다.
경찰 관계자는 "추가 확인과 법리 검토를 마친 뒤 이들의 신병 처리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영동군이 레인보우 힐링관광지를 조성하면서 비싼 값에 조경수 등을 구입했다는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를 토대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pupuman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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