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승강기 사용료 내라" 세종시 아파트 '시끌시끌'

논란 일자 입주자회의 "부과 철회, 보증금은 5만원으로 내려"
온라인 커뮤니티 "세종시의 부끄러움, 어이 없다" 등 비난 글

세종시 밀마루전망대에서 바라본 정부세종청사 인근 아파트단지와 건설현장에 짙은 안개가 내려앉아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2021.12.8/ ⓒ News1 장수영 기자

(세종=뉴스1) 장동열 기자 = 세종시의 한 아파트단지 입주자대표회의가 택배기사에게 승강기(엘리베이터) 사용료를 부과하려다 논란을 일자 보증금을 낮추고 사용료 부과 계획은 철회했다.

14일 해당 아파트 주민들에 따르면 입주자대표회의는 전날 택배기사에게 공동현관 카드키 보증금 5만원, 출입카드 비용 4400원을 부과하는 안을 1월 정기총회 안건으로 상정했다. 안건은 이달 재의결할 예정이다.

앞서 이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 12일 "오는 2월부터 택배기사에게 공동현관 카드키를 발급받아 출입하라"고 안내했다. 그러면서 택배기사에게 카드키 보증금 10만원과 엘리베이터 사용료 월 1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인테리어 공사업체에 대해서는 카드키 보증금 30만원, 엘리베이터 사용료 10만원(공사기간내)을 내도록 했다.

해당 규정은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에 의거해 지난해 2월 입주자대표회의를 통과하면서 시행 근거를 마련했다. 시행령은 공용시설물 이용료 부과 여부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아파트가 2월부터 택배기사에게 사용료를 받기로 한 것은 '승강기 한 대를 잡고 택배 배송을 하는 바람에 불편을 겪는다'는 일부 민원이 제기됐기 때문으로 확인됐다.

택배기사에게 엘리베이터 사용료를 받기로 해 비난을 사고 있는 세종시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공지 문자. (독자 제공) / 뉴스1

그러나 이 사실이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뒤 언론에 보도되면서 '갑질' 논란이 불거졌다.

해당 기사에는 '세종시의 부끄러움입니다. 반성하세요', '수치스럽다', '서울 강남도 아니고 세종에서?', '행정수도 세종에서 이런 일이…', '정말 어이 없다' 등 수 백 개의 비난 댓글이 달렸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는 입주민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입주자대표회의는 13일 '택배회사 관련해 세종시 카페에서 논란이 된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이날 오전 긴급회의를 진행해 택배회사 출입 관련 비용을 줄여 다시 의결했다'라고 주민들에게 공지했다.

이 아파트 입주민 A씨(50대)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언론에 보도될 때까지 우리 아파트 얘기인지 몰랐다. 지인의 전화를 받고서야 알게 됐다"면서 "엘리베이터 사용료를 (택배)기사님들한테 부과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주민들이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p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