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 물폭탄에도 세종 도심 피해 적었던 이유는

정부청사 등 주요 시설 500년 강우 빈도에 맞춰 설계
하천빈도 2배 높아…자연친화 배수, 영구저류지도 한몫

세종시 조치원읍 조천 자전거도로 보행교가 200mm가 넘게 내린 집중호우에 떠내려 온 쓰레기들로 덮여 있다. 2022.8.11/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세종=뉴스1) 장동열 기자 = 최근 200㎜ 가 넘는 집중호우에도 세종 행정중심복합도시(이하 행복도시)가 큰 피해를 입지 않은 이유는 계획 설계의 힘이었다.

정부세종청사, 세종시청, 종합의료기관 등 지역 주요 시설물은 500년 빈도에 맞춰 설계됐다. '빈도'는 평균적으로 몇 년마다 한 번씩 같은 현상이나 일이 발생할 수 있는 확률을 말한다.

결국 500년에 한 번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얘기다.

세종시 등에 따르면 10일부터 세종에는 말 그대로 '역대급 폭우'가 쏟아졌다. 지난 10일 오전 2시부터 12일 오전 8시까지 평균 219㎜의 비가 내렸다. 연서면이 245.5㎜로 가장 많았고 전의면 205.5㎜, 고운동 192㎜ 등이었다.

지난 11일 세종시 연서면 성제리 한 도로로 토사가 쓸려내려와 응급복구를 하고 있다. (세종시 제공) ⓒ News1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도 속출했다. 가로수 쓰러짐 9건, 도로 침수 14건, 지하차도 침수 4건, 하수도 6건, 주택 침수 11건, 시설물 침수 4건, 기타 17건 등 65건의 시설 피해가 났다.

호우 피해는 행복도시 외곽인 조치원 등 읍·면에 집중됐다. 행복도시에서는 신호등 고장 4건, 금강수변공원 주차장 빗물 침수, 도로 파손(아름동) 등 소소한 피해만 발생했다.

이처럼 도심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은 철저한 방제대책 아래 세워진 도시이기 때문이다.

세종은 자연 배수를 원칙으로 설계돼 집중호우 발생 시 저지대의 침수피해 대응력을 높였다.

세종시를 흐르는 하천의 발생 빈도도 타지역에 비해 2배 높다. 금강‧미호천은 100년 빈도를 200년으로, 지방하천은 50년 빈도를 100년으로, 소하천은 30~50년 빈도를 50~100년으로 각각 상향조정했다. 높은 방재 대응력을 갖춘 것이다.

풍수해 저감을 위해 영구 저류지 11곳을 조성한 것도 피해를 막는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행복도시에는 22개 저류지가 설치될 예정으로, 현재 11곳이 조성을 마쳤다. 한 곳은 공사가 진행 중이다.

세종도심에 설치된 R4((사진 위) ·R2저류지 . (행복도시건설청 제공) ⓒ News1

저류지는 평소에는 빗물을 활용하고, 집중 호우 때는 빗물을 일시적으로 모아 두었다가 바깥 수위가 낮아진 후에 방류하는 역할을 한다.

행복도시건설청은 이번 집중호우 때 저류지와 자연 친화적인 배수 설계가 홍수 예방에 톡톡한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신성현 행복청 사업관리총괄과장은 "이번 집중호우 때 상대적으로 행복도시 피해가 적었던 것은 풍수해에 대비한 계획설계가 한 요인"이라며 "물길 흐름을 인위적으로 바꾸지 않은 자연친화적 내수처리가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1곳에 설치된 영구 저류지도 피해를 줄이는 데 큰 몫을 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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