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비상 속에도 충북 1만2천 촛불…사상 최대인파
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국민의 명령 박근혜 퇴진’ 외쳐
아이 손잡고 나온 부모, 초·중학생 눈길…평화로운 분위기
- 장동열 기자, 남궁형진 기자, 김용빈 기자
(충북ㆍ세종=뉴스1) 장동열 남궁형진 김용빈 기자 = 조류 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비상이 걸린 충북에서 사상 최대 촛불집회가 열렸다.
3일 오후 충북도청 앞 도로에서 진행된 ‘2차 충북범도민 시국대회’에는 주최 측 추산 1만 2000명이 몰렸다. 충북 시위사상 최대 인파다.
도내 80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박근혜 정권 퇴진 충북비상국민행동은 이날 촛불집회에서 “국민의 명령은 단 하나, 박근혜의 즉각 퇴진”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3차 담화문 발표이후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정치권은 사분오열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민심을 정확히 읽었다면 박근혜 꼼수에 갈팡질팡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행동은 박근혜 즉각 퇴진, 새누리당 해체, 재벌 총수 구속, 정치검찰 해체, 노동개악 등 박근혜 정책 즉각 폐기 등을 촉구했다.
이날 집회는 초·중학생,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온 30~40대 부모 등 가족단위 참가자가 눈에 띄게 많았다. 대규모 시위라기보다는 ‘가족 소풍’ 같은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청주 용암동에서 온 박정은·지은이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한 30대 주부는 “아이들이 TV를 보고 박 대통령 할머니가 나쁘다며 보채서 (촛불집회에)데리고 나왔다"고 말했다.
십자가에 매달린 허수아비를 들고 나온 조형예술가 손영익씨(청주 상당구)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고통 받는 민중일수도 있고 허수아비 같은 존재의 권력자 두 가지 의미”라고 설명했다.
청주시 청원구 오창면에서 두 딸과 함께 온 30대는 “얘들에게 밝은 미래를 물려주고 싶어 촛불을 들었다. 국민을 무시하는 대통령은 퇴진해야한다”고 했다.
대학생 조유리씨는 “요즘 잠을 못 잔다. 박근혜 정부가 퇴진해야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고 운을 뗀 뒤 “대통령은 담화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저는 한번만 살려달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며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NGO센터에서 아픔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권희돈씨는 “너무 국민들을 아프게 하는 사람이 있어서 나왔다”며 촛불을 든 이유를 밝혔다.
참석자들은 1차 집회 뒤 충북도청~서문대교~YMCA~육거리시장~충북도청을 돌며 촛불 거리행진을 벌였다.
촛불 시위대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노래에 맞춰 행진하며 “박근혜 퇴진”을 목청껏 외쳤다.
특히 성안길에 자리한 정우택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서는 ‘정우택 사퇴’ ‘새누리당 해산’ 등을 외치며 분노를 표출했다.
이는 그가 탄핵에 반대하는데다 청주 유일의 새누리당 의원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주최 측은 정 의원의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며 ‘박근핵닷컴’을 통해 탄핵반대 항의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도로 차량통행을 막고 평화적인 집회를 유도해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충북경찰청은 기동대, 방범순찰대 등 상설부대 경력 400여명을 동원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한편 충북에서는 지난 16일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해 닭과 오리 160만여마리가 살처분되는 등 AI 광풍이 지역을 휩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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