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공석' 행안부, 과제 산적한데 연말 대형 참사까지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에 중대본부장 기재부 장관이
재난안전 업무 외 행정체제 개편 등도 조금씩 밀려
- 이설 기자
(서울=뉴스1) 이설 기자 =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재난 관리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 장관 공백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형 사고 발생 때 컨트롤타워를 맡아온 대통령실과 국무총리실은 탄핵으로 업무 기능이 마비된 상태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고기동 행안부 장관 직무대행 체제는 최소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판결이 이뤄질 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도 가결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체제가 되면서 행안부 장관 공백 장기화도 불가피해졌다.
전날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꾸려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최 권한대행이 본부장을 맡았다. 재난 관리 주무부처인 행안부 장관도 공석인 상황에서 인명사고 대응 경험이 전무한 기획재정부가 사실상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이다. 중대본 1차장은 박상우 국토부 장관이, 2차장은 고기동 행안부 장관 직무대행이 맡았다.
행안부는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행안장관 직무대행이 아닌 국무총리가 중대본부장을 맡았다고 설명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코로나19 중대본 때도 중대본부장은 국무총리가 맡았고 행안부 장관은 각각 1차장, 2차장을 맡았다. 중대본 1·2차장은 중대본부장이 불가피한 사정으로 회의를 주재하지 못할 때 대신하게 된다.
행안부 관계자는 "중대본 구성 이후 중대본부장(최 권한대행)이 직접 회의를 주재한다고 결정해서 현재까지 고 직무대행이 회의를 주재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중대본 제2총괄조정관을 맡은 이한경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전날 수습 지원 및 대처 중대본을 개최했다. 총괄조정관은 보통 중대본 회의 안건 상정 등과 관련한 사전 점검회의를 개최한다. 기재부 내 재난 관련 조직이 없는 만큼, 행안부 등 관계기관의 협력으로 어렵게 대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가운데 연말연시 폭설과 시위 및 인파 사고 등 재난 안전사고 가능성이 잠재해 있어 앞으로 재난 주무부처 장관의 공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계엄 사태 여파로 전국 각지에서 시위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또 폭설로 인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가동되면 각 부처 장관, 지방자치단체장 등의 협조를 요청해야 하는 만큼, 행안부 장관 직무대행 체제에선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재난안전 업무 외에 이미 행정 체제 개편, 행정통합 등 행안부가 주도해 온 장기 과제는 일정도 조금씩 밀린 상태다. 이달 말로 예정됐던 미래지향적 행정 체제 개편 자문위원회의 최종안 발표 시기는 내년 중 재조정하기로 했다. 자문위는 최종 결과물 성격인 권고안을 정부에 전달하고, 정부가 본격 검토를 거쳐 공표할 예정이다.
대구·경북(TK) 행정통합 특별법도 올해 발의는 어려워졌다. 대구·경북에서 법안의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 협의하고 정부의 검토도 거쳐야 한다. 행안부는 대구·경북 통합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없다고 전했다.
저출생·고령화·노동·이민 등 인구정책을 총괄하는 인구전략기획부의 연내 신설 계획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인구전략부 출범을 위한 정부조직법,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은 각각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행안부는 수장 공백에 따른 정치적 변수는 차치하고, 일단 계획대로 업무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방소멸, 저출생 문제에 대한 동력은 정치적 사안과는 무관하게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라며 "정치적인 사안이 정책 추진에 영향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실무적으로는 그와 무관하게 준비하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sseo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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